구글이나 야후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조차 공략하지 못 한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을 글로벌 펀드들이 노리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중인 NHN 지분 매수를 통해서다. 이들이 NHN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NHN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작년 초 50%를 밑돌던 외국인 지분은 지난 5일 기준 66.37%에 이러렀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펀드들이 NHN 지분을 집중 매집 중이다.

오펜하이머펀드가 대표적이다. 작년 4월 NHN 지분 5.06%(243만328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융감독원에 최초 신고한 이 펀드는 이후 공격적인 매수로 같은해 12월 9.14%(440만182주)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NHN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의장 등 경영진 지분인 9.88%(475만4466주)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오펜하이머펀드는 1998년 타이거펀드 등의 헤지펀드와 함께 SK텔레콤 경영진을 압박하고 사외이사수 확대와 배당금 상향 등의 요구를 관철시킨 바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오펜하이머펀드가) NHN의 경영권을 위협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영 중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또한 작년 9월말 기준 6.31%의 지분을 확보해 NHN에 들어와 있다. '장하성 펀드'가 NHN 지분 투자에 직접 개입하고 있지는 않으나, 오펜하이머펀드가 움직일 경우 라자드에셋이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계 증권투자회사 피드 다이버시파이드 인터내셔널도 지분 5.1% 보유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이들 외국계 펀드 3곳 지분만 20.55%에 이른다. 따라서 외국계 펀드끼리만 힘을 합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적대적 M&A(인수ㆍ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반면 경영진에 우호적이라 할 수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은 감소세여서 경영권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관은 펀드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1년 새 NHN 주식을 551만여주나 순매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2009년 한때 10%를 웃돌던 지분을 작년 3월말 5% 미만으로 줄였고, 그 이후에도 추가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인준 NHN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경영권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회사 덩치가 너무 커져 경영진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식의 경영권 강화는 사실상 생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황 CFO는 "오펜하이머펀드를 비롯한 외국계 대형 펀드들과는 일 년에 몇 차례씩 직접 만나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하고 있다"면서 "배당 상향 등의 요구는 종종 있지만 대체로 회사의 전략에 만족하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