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강원도에선 구제역이 소에 이어 돼지까지 퍼졌다. 충남 당진,보령,천북지역에선 소와 돼지 의심신고가 잇따랐다.

살처분 매몰 가축 수도 급증했다. 이날까지 6개 시 · 도에서 살처분된 가축 수는 82만여마리를 기록,100만마리를 넘어설 기세다. 보상액만 사상 최대인 5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구제역에 관한한 무정부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80만마리 이상 매몰처리되면서 지하수 오염 같은 후유증도 심각해지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키운 3대 요인으로 △무능한 정부 대응 △정치권의 무책임 △축산농가의 안전불감증을 꼽고 있다.

◆무능한 정부 대응

방역 당국의 부실 대응은 구제역 확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확진되기 전 의심 신고된 한우 15마리가 타지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확진되기 전이어서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을 간과한 안이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한다. 아직 구제역의 발생과 전파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만약 경북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인근 가축까지 모조리 살처분하고 시가로 보상해주는 대처법이 적절했는지도 점차 논란이 되고 있다. 살처분 가축 수가 100만마리에 육박해 보상액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로 매몰된 가축들이 식수와 토양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방역 전문가는 "살처분 매몰은 구제역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는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청정국 지위 회복을 더디게 하는 백신 접종이 최선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책임

여 · 야를 막론한 정치권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이 크다. 여 · 야는 정쟁 때문에 지난해 12월 정기 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가축 소유자 등이 전염병 발생국을 여행한 뒤 입국할 때 신고를 하지 않거나 가축 전염병을 전파시킨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가 급한 것이었다.

올 들어서도 여 · 야는 구제역 확산 원인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신임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개정안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는 7일에야 뒤늦게 전체회의를 열고 구제역 확산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축산농가의 안전불감증도 문제

축산농가의 안전불감증도 도마에 올랐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장 관계자에 의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가의 해외 여행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외국 방문 축산농장 관계자 2만3000여명 가운데 입국 신고를 한 경우는 1만4000여명에 불과했다.

살처분을 당해도 시가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축산농가의 방역 의식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