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릴레이 인터뷰] (4) 정운찬 "동반성장 뿌리 내리려면 사회적 컨센서스 형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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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 한경ㆍ日요미우리 공동기획 / 인터뷰=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동반성장은 천천히 가더라도 다함께 멀리 가자는 것
동반성장지수 발표하는 건 대기업 치부 드러내는 것 아니다
시장질서 해치지 않는 범위내 中企 적합업종 최소한 지정
한국 경제 투자부진 큰 문제 기초학문 강화 더 힘써야
동반성장은 천천히 가더라도 다함께 멀리 가자는 것
동반성장지수 발표하는 건 대기업 치부 드러내는 것 아니다
시장질서 해치지 않는 범위내 中企 적합업종 최소한 지정
한국 경제 투자부진 큰 문제 기초학문 강화 더 힘써야
◆동반성장위원회의 향후 활동방향이 주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이십니까.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해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동반성장 이슈를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기구이므로 여기에서 내리는 결정이 법적 효과를 갖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업계 스스로 사회적 합의와 약속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은 크다고 봅니다. 합의된 사항이 실행될 수 있도록 위원회를 대기업,중소기업,전문가,학계 등 사회지도급 인사로 구성했습니다. "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대 · 중소기업 간 갈등요인과 문제점을 발굴해 해소방안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업종별 · 대기업별로 동반성장지수(Win-Win Index)를 만들어 공포하고,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 정부에 건의도 할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성공모델 전파,우수기업 포상,공공기관의 동반성장 실적평가 등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확산되고,주요 대기업과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 다행입니다. 그러나 대 · 중소기업 간의 실질적인 격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2,3차 협력업체의 동반성장 체감도가 아직 높지 않습니다. 또 주요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적극 동참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은 게 현실입니다. 동반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 대한 대기업의 기여도는 대단하지만,일부 대기업이 공룡화된 나머지 도덕성을 잃어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자칫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죠.
"동반성장지수는 기업들의 동반성장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포함으로써 동반성장 문화를 널리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공정한 지수가 나올 수 있도록 각 업종별로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청회를 통해 합리적인 지수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또 대기업이 제출한 실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협력 중소기업의 체감도 평가도 함께 반영할 계획입니다. "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기업을 규제하는 압박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은 항상 염두에 두겠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지수는 기업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수 기업을 포상하고 모범사례를 널리 알려 많은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판매를 놓고 동네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습니다만,소비자의 선택권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마트 피자 판매와 같이 대기업들이 동네 상권을 위협하는 듯한 영업행위를 부정적으로 봐왔던 소비자들도 통큰 치킨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결국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습니까. 지역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항의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 이유이지만, 저는 도덕성에 타격을 받아 중단했다고 봅니다. "
◆대기업은 힘이 있으므로 중소기업에 자발적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대기업과 중소기업,부자와 가난한 자의 협력은 아무래도 힘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잘 풀리지 않을까요. 대기업이 지금보다 1~2%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 · 중소기업 간 상생,동반성장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것이 과잉보호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보호정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죠.
"그동안 대기업의 광범위한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돼 대 · 중소기업 간 갈등이 생기고,이로 인해 산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 대기업과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적합업종은 산업경쟁력이나 시장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
◆대 · 중소기업의 오래된 '갑을' 문화가 동반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누적된 관행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갑을관계를 끊고 동반성장 문화가 정착되려면 이해당사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사회 전체적인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가 주도하거나 개입해서는 한계가 불가피합니다. 당사자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합의를 통해 참여할 때 진정한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 겁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경제단체장,각계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 소통할 생각입니다. "
◆총리 재임시절 행정수도 분할에 반대하며 세종시 계획 수정을 추진하셨는데,원안대로 확정됐습니다. 2012년 하반기부터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청사 이전이 시작되는데,행정기능 대(大)혼란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법으로 결정된 만큼 관련 부처들이 옮겨가지 않을 수 없게 됐지요. 세종시는 정치적 계산의 산물입니다. 전 세계 역사상 수도를 둘로 나눈 경우는 없었습니다. 부부가 따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죠.수정안에 반대한 의원들의 비합리적인 모습에 비통함을 느꼈습니다. 총리로 일하면서 교육 · 상생문제 등도 열심히 챙겼는데 세종시에 묻혀 부각되지 않은 것도 아쉽습니다. "
◆경제학자로서 새해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 경제는 투자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규제가 많다,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기업가 정신이 약해졌다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도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력도 부족합니다. 단기적이고 응용 중심의 연구 · 개발(R&D) 풍토를 바꿔 기초학문을 강화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기울여야 합니다. "
정리=장진모/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