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 대출 시장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고 신용카드 회사들은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가운데 신용 경색이 점차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새해 미국 경제가 탄력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디스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4분기 상업 및 산업 분야 대출이 전 분기보다 0.2% 증가한 1조22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은행 대출이 증가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상업 및 산업 분야 대출이 새해에는 전년보다 3%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던 대출 시장이 활성화되면 미국 경제가 정부의 재정 확대를 통한 부양책 없이도 자생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출 증가는 기업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새로 직장을 구한 사람들은 다시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소비를 확대하면서 경제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업 및 산업 분야 대출 증가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직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이 2010년 연간 매출 규모 1000만~5억달러의 중(中)기업들에 빌려준 자금은 전년보다 7% 증가했다. 특히 3분기와 4분기에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2010년 40%나 늘어났다. 미니애폴리스에 근거를 둔 US뱅코프의 3분기 상업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2008년 말 이후 처음 늘어난 것으로,4분기에는 증가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은행 측은 예상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개선된 우량 은행일수록 공격적으로 대출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웰스파고는 부동산과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 등 특정 분야의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페리 펠로스 부사장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사들은 기존 고객에 대한 신용한도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실 고객을 정리하는 데 주력해온 신용카드사들도 최근 들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잠재 고객들에게 카드 발급 3개월 이내에 500달러어치만 카드로 구입하면 5만 보너스포인트를 지급하는 카드를 발급해준다는 내용의 우편 메일을 발송했다.

캐피털원은 연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일정 기간 구매한 모든 제품에 대해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플래티넘마스터 카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미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며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 발급이 증가하면 결국 소비 확대로 이어져 2011년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