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일 0.37%(7.51포인트) 오른 2051.00을 기록하며 2010년을 상승세로 마감했다. 작년 말 1682.77에 비해 21.88% 올라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 5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21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2007년 10월31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064.85)에도 13.85포인트 차로 바짝 다가서,홀수 해 주가가 오르면 이듬해 부진했던 '짝수해 징크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사상 최고가를 찍은 종목은 369개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264조원 늘어나 123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 5조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이 각광받으면서 잔액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초 8068억원이던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지난 29일 기준 5조2038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자문사 7공주'(기아차 LG화학 하이닉스 제일모직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테크윈)는 사상 최고가 행진으로 증시를 주도했다.

자문사 창업 붐도 이어졌다. 올해만 27개 자문사가 새로 간판을 내걸어 자문사 수는 135개로 늘었다. 지난 13일 출범한 창의투자자문은 보름 만에 1조1000억원의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 10조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모 규모가 10조908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2008년 807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IPO 시장은 작년 3조3839억원으로 회복된 후 올해 다시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삼성생명(5월 · 4조8881억원) 대한생명(3월 · 1조7805억원) 만도(5월 · 4980억원) 등 대형주의 상장이 시장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IPO 기업 수도 작년 66개에서 올해 96개(스팩 포함)로 늘었다. 지난 3월 대우증권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을 시작으로 총 21개 스팩이 상장돼 공모 투자 대상도 다양해졌다.

◆ 19조

국내 주식형펀드는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의 환매가 몰려 올해 내내 자금 유출에 시달려야 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총 19조1780억원(29일 기준)에 달했다. 2,5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순유출을 기록했다. 환매 탓에 최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설정액은 29조원에서 16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8조9083억원이 순유출됐다.

◆ 369개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총 369개 종목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가 11월부터 되살아나며 30일 94만9000원까지 오르는 등 대형주들의 상승폭이 컸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동반 최고가에 올랐다.

◆ 2000

코스피지수가 지난 14일 2009.05로 마감하며 2007년 11월7일(2043.19) 이후 37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더 강해진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올해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1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선을 뚫은 2007년(70조원)보다 많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도 한몫했다. 외국인은 올해 한국 주식을 21조원어치 쓸어담았다.

◆ 53P

옵션 만기일이던 지난 11월11일,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 10분 동안 도이치증권 창구로 1조62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피지수는 2.70%(53.12포인트) 급락했고,와이즈에셋(888억원) 토러스투자자문(490억원) 등 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이날은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고평가돼 저평가된 현물이 대량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 충격이 더 컸다.

금융당국은 서둘러 파생상품 제도 보완에 나섰지만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박민제/강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