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연기금이 이달 들어 매수 규모를 대폭 줄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기금은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4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피지수가 2037선까지 뛰어오른 지난 21일 이후 파는 날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21일 164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최근 8거래일 중 4거래일간 매도 우위를 보였다. 30일에도 연기금은 오전내내 매도 우위를 보이다 장 막판에야 '사자'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는 순매도일이 2거래일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조1128억원에 달했던 연기금 순매수 규모는 이달엔 5604억원으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연기금의 매도는 최근 두각을 나타낸 조선 · 금융주에 집중됐다. 지난 21일부터 연기금은 삼성전자(602억원) 하이닉스(209억원) 현대제철(221억원) 등 정보기술(IT) · 철강주를 집중 매수한 반면 현대중공업(-358억원) 하나금융지주(-260억원) 등은 대거 처분했다.

연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일부 종목을 팔았다는 게 연기금 측 설명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체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는 변화가 없지만 절반을 차지하는 위탁매매 쪽에서 새해를 앞두고 종목을 교체하면서 매수 규모가 다소 줄었다"며 "순매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9조원에 달한 연기금의 순매수가 내년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목표 비중이 올해 16.6%에서 내년 18.0%로 높아졌지만 주가가 상승할수록 추가 매수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내년 2200선까지 간다면 매수단가 상승으로 매수 규모가 4조~5조원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 정도 규모라면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