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시대에 일반 정보는 물론 유언비어의 전달 속도는 빛과도 같다. 유명인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더라는 얘기를 듣기가 무섭게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을 살다보면 유언비어의 가공할 파괴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유언비어와 루머는 옛날에도 당대의 기준으로는 발군의 전파력을 자랑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우리 속담은 물론이거니와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세계의 절반을 여행할 수 있다"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만 봐도 루머가 갖는 엄청난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유언비어나 루머가 이렇게 빨리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내용 역시 빠르게 재구성된다는 데 있다. 귀엣말 이어가기를 하다 보면 불과 몇사람만 지나도 전혀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 경험을 대부분 해 봤을 것이다. 그저 단순한 사실의 전달도 이럴 정도니 민감한 논쟁거리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알포트와 포스트맨은 "평범한 정보도 보는 사람들의 선입견이나 주관적 편견에 따라 변질돼 루머로 전달될 수 있다"고 갈파한 바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크루즈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앤서니 프랫카니스는 "루머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심리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근심거리나 걱정, 불만족 등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루머를 새롭게 각색한다는 뜻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글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나 광우병 촛불시위 때 온갖 루머가 나돌던 것도 바로 이런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미네르바 처벌의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위헌이란 결정을 내렸다.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통신은 처벌한다'는 내용중 '공익'과 '허위'의 개념이 분명치 않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그 이유다. 헌재의 결정은 법리상 분명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을 둘러싼 각종 루머와 '타블로'사건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감안하면 적정선의 규제도 불가피해 보인다. 새해에는 유언비어에 실린 민심까지도 읽어내는 그런 세심한 정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