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서울시의회가 30일 새벽 20조5850억원 규모의 새해 서울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이로써 광역자치단체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막게 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는 또 한번 극한 대립에 빠지게 됐다.

시의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오세훈표’ 개발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특히 오 시장의 민선 5기 역점사업인 한강예술섬(406억원)과 서해뱃길(752억원)은 내년 사업비가 전액 삭감돼 중단 위기를 맞았다.반면 서울시가 당초 편성하지 않았던 무상급식 지원(695억원) 예산은 신설됐다.시의회는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했던 무상급식 조례안도 재의결했다.

민선 5기 출범 직후부터 사사건건 충돌해온 양측은 이달 들어 극한 갈등을 겪었다.민주당 측이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을 강행 처리하자 오 시장은 2일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며 시의회 출석 거부를 선언했다.이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까지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1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법정처리시한을 넘겼다.

이후 양측은 “일을 하기 싫으면 시장직을 사퇴하라”,“예산을 임의로 증액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등의 가시돋힌 말을 쏟아냈다.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며 수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고,민주당 시의원들은 ‘서울시장 규탄대회’로 맞불을 놓는 등 장외 여론전도 거셌다.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시민 혼란에 부담을 느낀 양측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극적으로 만나 대화 재개에 합의했다.하지만 새로 마련된 대화 테이블도 순탄하게 굴러가지 못했다.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이 워낙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나흘 만인 지난 29일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오 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시의회는 이날 밤 11시30분께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회의는 자정을 넘겼고 결국 30일 새벽 0시56분,민주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예산안이 가결됐다.

서울시는 “예산안 심사와 처리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증액한 예산은 집행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곧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