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전략기획통과 연구개발 인력들의 대거 발탁' 삼성 현대자동차 LG SK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의 2011년 임원 인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키워드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신규 최고경영자(CEO)와 사장급 이상 보직 변경자 57명의 전문 업무 분야를 분석한 결과,전략기획 전문가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2.6%에 달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기획통을 전진 배치한 결과다. 영업 · 마케팅(21%)과 연구개발(14%) 전문가 등 현장 인력들의 부상도 눈에 띄었다.

◆미래 책임질 인력 대거 발탁

대학별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서울대 출신이 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는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등 10명,고려대는 구자용 E1 회장 등 7명으로 SKY(서울대 · 연대 · 고대) 비중이 70%에 달했다. 다음으로 경북대 4명,한양대 3명,부산대 2명,서강대 2명 순이었다. 전공별로는 상경계열이 43.9%,이공계열이 40,4%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공계열 가운데 화학공학과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공학과가 4명으로 뒤를 이었다.

출신 고등학교에서는 경기고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고(5명),경북고(4명),경복고(4명),중앙고(3명),보성고(3명)도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유정준 SK㈜ 사장 등이 경기고를 나왔고 강호문 중국삼성 부회장은 서울고 출신이다.

삼성그룹에선 경북지역 고교 출신이 약진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이끄는 김순택 부회장,김상균 사장,이상훈 사장 3명이 경북고,경북사대부고 출신이었다.

구본준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박영호 SK 사장 등은 경복고,서울대 동문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0)과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29)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신흥 명문으로 불리는 대원외국어고도 처음으로 대기업 최고 경영자를 배출했다. 김영태 SK㈜ 사장과 김상항 삼성생명 사장,노환용 LG전자 사장은 각각 창원(옛 마산)의 마산고,마산상고,마산공고를 졸업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과 김재권 삼성LED 사장은 각각 청주대와 한국외대를 나왔다.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은 경제연구원 출신으로 LG유플러스를 거쳐 CEO에 올랐다.

올 최고경영자 승진자들의 평균 연령은 54.2세였다. 구성모 STX 부회장이 64세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 1960년 이후 태어난 40대 이하 사장단 8명이 모두 서울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것으로 조사돼 지방 출신이 많은 50대와 대조를 보였다. 이들 가운데에서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5명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사장단 인사를 아직 하지 않은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삼성 LG SK GS STX LS 동국제강 대한전선 웅진 코오롱그룹 등의 신규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했다.


◆4대 그룹에서 임원 1018명 승진

전체 임원 인사에서는 삼성 490명,현대차 309명,LG 114명,SK 105명 등 4대 그룹에서만 1018명의 승진자가 배출됐다. 대부분의 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를 실시하며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책임질'플레잉 코치'를 대폭 강화한 결과다.

담당 업무별로는 연구개발 인력들이 대거 약진했다. 삼성그룹 전체 승진자의 30%,현대차그룹의 27%가 이 부문에서 나왔다. 삼성그룹에서는 올해 빼어난 성과를 낸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전체 승진자의 20%가 나오는 등 성과중시 인사가 두드러졌다.

30대 젊은 리더들의 발탁도 관심을 끌었다. 갤럭시S 디자인을 맡은 이민혁 삼성전자 상무(38)는 승진 연한에 비해 4년 빠르게 임원에 올라 올 승진자 가운데 최연소 타이틀을 달았다. 여성 중에서는 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대우(39)가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공을 높게 평가 받아 '깜짝' 승진하는 등 여풍(女風)을 주도했다.

김태훈/조재희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