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외교통상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히자 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에 변화가 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 발언이)입장 선회가 아니라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 트랙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연평도 공격 이후 제재와 압박의 초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대화 채널도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했다. 김 장관은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패러다임 전환

정부가 6자회담 재개 의사를 공식 밝힌 것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3차 핵실험을 할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제재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6자회담의 패러다임 변화를 전제로 재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살라미 전술(단계마다 시간을 끌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협상)'을 차단하면서 그랜드바겐(일괄타결) 방식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두고 있어 내년에 핵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그랜드바겐이다. 새로운 형태를 염두에 두거나 다른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화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제재와 압박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협력팀장은 "외교부의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핵폐기를 위한 조건을 놓고 딜을 하는 것이며,통일부의 통일준비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상충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은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달렸다"

김 장관은 이날 내년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문제를 남북 당사자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호응한다면 여러 가지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6자회담 재개 전망과 관련,"북한의 행동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대화는 상대가 있는 법이며 상대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만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복안을 갖고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개조건에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