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기업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개정안의 장기표류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걸 보류한 기업에 비해 불이익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금융회사를 보유한 일반지주회사가 법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면 금융사를 팔거나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금융사 보유를 전면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은 2년 이내에 금융사를 처분해야 한다. 다만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한 차례(2년) 처분 기한을 연장해 주고 있다.

이에 비해 개정안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보험사를 포함, 금융사 3개 이상 보유 또는 모든 금융사의 자산 총액이 20조원 이상일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출자구조가 명확하게 정리된 상황에서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SK CJ 두산 등 일반지주회사 11개는 금융사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SK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SK와 CJ창업투자를 갖고 있는 CJ는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 이미 한 차례 유예를 받았다. 따라서 SK와 CJ는 더 이상 유예를 받을 수 없어 각각 내년 7월과 9월에 금융사를 처분해야한다. 두산캐피탈과 네오플럭스 등 3개의 금융사를 갖고 있는 두산은 이달 말로 예정된 유예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신청해 29일 연장 판정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은 금융사를 매각해야하는 데 비해, 전환하지 않은 기존 대기업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금융사와 비금융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현행법 아래서는 금융사를 보유한 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을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과 비교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한 상황에서 법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야당의 반발 때문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개정안을 만든 뒤 수차례 공청회를 거쳐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7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상정된 이후 8차례의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올해 4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법사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여야 입장차로 현재 법안심사 소위로 회부됐으나 지난 8개월 동안 한 차례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개정안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간규모 기업집단에도 필요한 법으로 진작에 통과됐어야 한다"며 "법사위에서 정책적 판단을 위해 8개월 넘게 잡고 있는 것은 문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