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추진키로 한 정책 가운데 '특성화고 해외인턴십 지원 사업'이란 것이 있다. 1000명의 특성화고 학생들을 선발해 3개월씩 해외연수를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충남 · 부산 · 광주교육청 등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75명을 해외에 파견했던 현실을 생각하면 규모 면에서 '원대한' 계획이다. 기존에 전문대생,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기능을 배우는 청소년에게 글로벌 체험 기회를 대폭 확대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주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특성화고 학생들을 외국에 취업과 관련된 '인턴'으로 내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자국 시장의 침식을 우려하는 해당국들이 비자 발급에 비협조적이란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다수 나라들이 외국인 그것도 기술숙련자도 아닌 고등학생에게 취업을 담보하는 비자를 내주지 않고 있다. 물론 워킹홀리데이비자 등 비교적 해외 인력에 관대한 호주 등의 나라가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육가공업체 실습 등으로 제한돼 있다. 전공을 살릴 수 없고 장기적으로 취업에도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교육 관계자들의 우려가 많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 실제 이 사업을 진행해 온 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주 가까이 있다. 바로 우리 기업들이다. 이 젊은 학생들을 생면부지의 타국 사업장에 보낼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해외 현지 사업장으로 보내면 된다. 학생들도 적응이 쉬울 것이요,우리 기업의 활약상을 보면서 자부심도 느낄 것이며 나중에 이런 곳에서 근무하겠다는 비전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KOTRA에 따르면 현재 70여개국에 9984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1명씩만 내보내도 1만명이 해외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보이는데 왜 잘 안 됐을까. 교육청 담당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기업들이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 공고학생 한두 명만 해외 사업장에 보내달라고 부탁해도 들어주는 업체들이 거의 없었다. 최근 만난 모 도청 관계자는 "한 명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해외 진출 사업장은 기업 본부 소관인데 지방 현지 사업장을 찾았기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기능인력 양성의 현실과 그 가치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성화고 취업률은 일반인의 인식과 달리 최근 급락하고 있다. 2003년 38.1%였지만 2007년에는 20%로 낮아졌고 작년에는 16.7%로 떨어졌다. 이공계 기피,기능 인력 경시 등 풍조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제조업체도 줄고 있지만 그곳에서 일할 사람들이 먼저 사라지는 충격적인 추세 속에 우리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 기업에 돌아가게 돼 있는 것 아닌가.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 우리 기능 인력들에게 미래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 출발점은 간단하다. 기능 인력들에게 젊을 때부터 글로벌 기회를 주려는 정부 시책에 맞장구만 쳐주면 된다.

HRD(인적자원개발)와 관련해 기업들은 항상 첨단을 달려왔다. 핵심인력을 뽑기 위해 사장들이 직접 해외대학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런 노력의 아주 일부분만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돌려도 사회적 성과는 클 것이다. 글로벌 청년,기업이 키울 수 있고 또 키워야 한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