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CEO 릴레이 인터뷰] 전진우 LG스포츠 사장, "여성·어린이팬이 신성장동력"
"그동안 프로야구단은 모기업의 마케팅이나 홍보를 돕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목적도 있었죠.하지만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어요. 우리도 모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 광고 유치가 늘어나고 있죠."

'원년 서울구단' LG 트윈스를 이끌고 있는 전진우 사장(56)은 야구를 통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확연히 바뀌고 있다며 "최근 9구단,10구단 창단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야구가 스포츠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야구단 LG 트윈스와 농구단 LG 세이커스를 운영하는 LG스포츠 대표로 부임한 전 사장은 마케팅 전쟁부터 벌였다. '레이디 데이'라는 색다른 이벤트를 마련해 1루 측 내야,외야 출입구로 입장하는 여성팬 1000명에게 다음 날 외야석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했고 경품으로 고가의 스킨 케어 화장품을 선물했다. 페이스 페인팅과 메이크업 · 네일아트 부스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키즈 데이'에는 어린이 관중들에게 외야석을 무료로 개방했다.

"올해 우리 구단은 어린이와 여성 관중을 늘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린이가 야구장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관중 한 명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아요. 처음에는 부모와 같이 오고 자라면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계속 야구장을 찾겠죠.여성 관객도 마찬가지예요. 야구의 인기가 급상승한 지금 잠재적 관중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죠.내년에는 현재의 전략을 더 발전시킬 겁니다. "

그는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향상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여성 관중을 위해 화장실의 청결 수준을 높이고 입장권을 수집하는 팬을 위해 무인 발권기에서도 소장 가치가 높은 정식 입장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마케팅만으로는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한계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LG는 지난 6월19일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홈경기 관중 2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롯데(117만명)와 두산(107만명)에 이어 관중 동원 3위(101만명)를 기록했다.

그는 "정규시즌 6위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지만 팬들은 변함없이 큰 성원을 보내줬다"며 "구장을 찾는 팬이 가장 원하는 것은 팀의 승리이기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갖추는 것이 프로구단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적에 따라 모기업의 계열사는 물론 다양한 스폰서 기업의 홍보효과가 좌우되기 때문에 경기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팀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프런트 조직과 선수단의 조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런트는 강한 조직력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 구단을 경영해야 하지만 선수단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LG는 해외 마무리 훈련도 어느 때보다 장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등 전력 강화에 힘을 기울였다.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새로운 연봉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새로운 연봉제도 도입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팀 전체에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넘치고 있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달라진 LG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