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대해부 7-①] 레오투자자문, 1년만에 4000억 끌어모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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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흥분해 비중을 늘리는 종목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내다팝니다. 반면 주가가 급락하고 피가 낭자할때 사들입니다. 그것이 역발상 투자입니다"
'거꾸로 펀드'로 스타 펀드매니저 1호 타이틀을 거머줬던 김상백 대표(44·사진)의 레오투자자문이 자문업계에서도 소리없이 강한 모습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일부 투자자문사들이 자문형 랩어카운트로의 자금 쏠림현상으로 일시에 주목받을 당시 묵묵히 제갈길을 걸었던 김 대표는 무림의 고수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가는 최근의 어려운 장(場)에서 오히려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가입 펀드 운용한 '스타 매니저'에서 자문사 CEO 변신
김상백 대표는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한 적이 없는 비화 한토막을 <한경닷컴>에 밝혔다. 역대 대통령 중 이례적으로 재임 중 펀드를 통한 간접 주식 투자에 나섰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김 대표는 2006년까지 한국투신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을 맡았고, '한국부자아빠 거꾸로펀드'를 대히트 시켰다. 스타 펀드매니저 1세대다. 틀에서 찍어내는 같은 모양과 맛의 붕어빵 펀드에서 벗어나 테마펀드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임원들의 권유에 부응한 결과다.
이 역발상 펀드는 한때 연간 수익률 80%대를 기록했고, 설정액이 1년 만에 20배 이상 증가하는 등 대박 펀드로 커 나갔다. 대형주로 시장의 관심이 온통 쏠려 있을 때 우량 중소형주를 공략하는 역발상 투자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개인예금 8000만원을 주식형 펀드 8개에 1000만원씩 본인과 권양숙 여사 실명으로 분산 투자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김 대표가 운용하던 '한국부자아빠 거꾸로펀드'였다. 노 전 대통령을 '재테크도 잘하는 대통령'으로 만든 숨은 주역인 셈이다. 당시 대통령이 투자한 펀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이후에도 공개된 바가 없었다.
2006년 외국계 금융사의 스카웃 제의로 홀연히 한국투신운용을 떠났던 김 대표는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로 와신상담한 뒤 6개월 후 한 증권사의 지분투자 제의를 받아들여 자문사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거대 조직의 운용사에서 직원 15명의 자문사 대표로 외형은 줄었지만 메가트랜드 투자전략과 역발상 투자철학은 계속됐고, 자문사 설립 4년여만에 수탁고 6000억원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 메가트랜드와 역발상 투자철학
레오투자자문의 역발상 투자는 올해도 빛을 발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이른바 '자문사 7공주' 종목이 시들해진 지난 6월 무렵 다음 주도 종목을 찾던 레오투자자문은 남들이 재무리스크로 회피하던 STX그룹주와 두산그룹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는데도 위험자산인 정크본드 가격이 강세인 점에 착안했다.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역이용해 재무적리스크 부담이 있으면서도 주가 촉매제가 있는 종목을 선별해 낸 것.
"조선과 기계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 재무리스크로 어려움을 겪던 STX그룹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업탐방을 해 보니 유동성 우려 해소를 위해 STX조선해양 자회사인 STX유럽의 싱가폴 상장이 예정돼 있는 등 주가 촉매제가 많았죠. 곧바로 STX엔진 편입에 들어갔고 불과 3개월만에 70% 수익을 내고 전량 매도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레오투자자문의 역발상 투자는 여러 지표를 보고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을 잡아내 반대로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도 미리 길목을 지키는 선점효과가 더해져 수익률을 배가시키는 전략이 동원된다.
역발상 투자의 또다른 예가 지난해 하이닉스 투자다.
2009년 초 하이닉스가 별안간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시장에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레오투자자문은 여유 자금을 총동원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풀베팅에 들어갔다. 경기회복과 반도체 가격강세를 염두에 둔 선취매 전략이었다. 결국 불과 3개월만에 30%의 차익을 거뒀다.
한국투신운용에서 3년간 IT 애널리스트로서 LG반도체 빅딜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를 겪어오면서 쌓인 노하우가 위력을 발휘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오일달러 시대의 도래라는 메가트랜드 투자전략을 구사해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으로 큰 수익을 냈다.
김 대표는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착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펀더멘털(내재가치) 등이 좋은 기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어느정도 오르고 나면 매력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이 나면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레오투자자문의 철칙입니다. 좋은 기업이라고 끝까지 들고만 있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 차(車)·포(包) 떼고 경합 중
급속 성장한 여타 자문사들이 자금유입은 정체상태 인데 반해 수익률은 안오르는 '풍요 속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레오투자자문은 오히려 밀려드는 투자자금에 한껏 고무돼 있다.
2009년 3월말 기준 986억원에 머물던 주식형 상품 수탁고가 같은 해 12월 2008억원으로 올라선 뒤 2010년 12월 현재 5900억원으로 연 15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익률 성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반기 약진했던 케이원과 브레인투자자문의 수익률이 주춤한 반면 레오투자자문은 42%(2010년 6월2일~12월20일)의 수익률을 달성하며 자문형 랩 시장 선두로 급부상했다.
일부 자문형 랩이 주식형 펀드 수익률 뿐만 아니라 코스피지수 수익률과 비교해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자동차, 화학 종목 등에 '몰빵'(집중투자)한 일부 자문사들은 계약고는 늘었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수익률 지키기에 비상등이 켜진게 사실이다.
수탁고 6000억 중 3500억원이 기관 자금이고, 1500억원이 자문형 랩어카운트, 500억은 사모펀드, 나머지 500억원은 개인 일임자산이다.
"레오투자자문은 자문형 랩 상품을 가장 많이 팔고 있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계약을 맺고 있지 않습니다. 차(車)·포(包) 떼고 다른 자문사와 경쟁하며 수탁고 6000억원에 이른 것은 저희 스스로도 놀랍게 생각하고 있죠. 자문사의 생명인 수익률 하나로 착실히 투자자금을 모아온 만큼 1조5000억원까지 수탁고가 늘더라도 전혀 부담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레오투자자문은 펀드투자 기대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자문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수익률로 말하는 진정한 고수가 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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