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관계 전문가들은 최근 양국의 갈등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이에서 비롯됐지만 서투른 대응으로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힘의 외교'에 대해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양국의 공통적인 이해관계에 기반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이 관계를 개선해 미래지향적인 선린국으로 서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한 · 중 관계 큰 고비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 · 중 관계가 큰 고비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북한 고립정책과 한 · 미 · 일 3각 동맹 강화 등이 중국의 강경노선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 미 합동군사훈련,미사일 방어체계 구축,한 · 미 · 일 3각동맹 등 정부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중국은 한국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자신들을 압박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중국을 홀대하고 자극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경 일변도의 중국식 힘의 외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이 영토와 주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노선을 채택하면서 주변국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의 이런 행태는 과거 제국주의에 대한 피해의식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도 "중국의 외교노선은 중화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감정 싸움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양국은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서로 말꼬리를 잡고 감정 싸움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로 차이가 분명한 정치적 대립은 일단 덮어두고 다른 우호적인 문제부터 논의하면서 관계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도 "민감한 집안 얘기를 자주하면 서로 신뢰를 쌓기 어렵다"며 "정치적 측면에서 조급하게 우리 편에 서달라고 중국에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남북관계 개선,한 · 중 다채널 구축해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대북 관계 개선이 필요 조건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 정부의 북한 압박정책과 북한의 도발이 한 · 중 간 갈등의 근원인 만큼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규 외교안보연구원장은 "현재 한 · 중 간의 갈등은 북한을 둘러싼 방법론적 차이 때문"이라며 "중국과 꾸준히 대화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도 "북한과 적대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국은 중국보다 미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한 · 중 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동안 대중 외교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 명예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외교통상부는 물론 다른 부처에서도 중국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민간 부문의 대화채널도 더 확대하는 등 교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한 · 중 관계는 격화소양(隔靴搔痒) 격으로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고 실속은 없었다"며 "자기가 원하는 것만 얘기하지 말고 서로 타협이나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경제 외에도 군사 외교적 교류를 확대하고 양국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완/강경민/이유정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