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난 11월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이자 이산가족상봉단장인 모 인사가 한 만찬장에서 외친 건배사다. '오빠,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일로 부총재는 사퇴했다. 직장인 사이에서 '오바마'라는 건배사는 한동안 회자됐다.

직장인들의 송년회 건배사는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담고 있다. 세태나 직장생활을 한마디로 풍자하기도 한다.

올 송년회에서 참신한 것으로 평가받은 건배사로는 '파란만장'이 꼽힌다. 선창을 '파란만장'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억'이라고 외치는 건배사다. '파란색(1만원권) 1만장이면 1억원이 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새해엔 돈을 많이 법시다'는 뜻이다.

'재건축'이란 건배사도 제법 사용됐다.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을 주고받으며 살자'는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다. '외국어' 건배사도 등장했다. '불어'로 건배사를 하겠다고 말하곤 "마셔불어"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낸 직장인도 상당수다. 전라도 지역의 어미(~불어)를 '불어'라고 표현했다. 영어 건배사로는 단연 '원샷'이 유행했다.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식으로 잔뜩 분위기를 잡아놓고 "원샷"이라고 외치면 웃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는 게 직장인들의 촌평이다.

'걸그룹'의 이름을 본뜬 건배사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소녀시대'가 대표적이다. '소중한 여러분의 시간을 위해 잔을 대보자'란 뜻이다.

"매출은(선창) 올리고(후창),핸디는(선창) 내리고(후창),사랑은(선창) 길게(후창),불륜은(선창) 짧게(후창)"라는 선창과 후창이 네 번씩 반복되는 긴 건배사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거절하지 말고,시키는 대로,기쁘게 먹자'는 의미라며 "거! 시! 기!"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몇 해에 걸쳐 사용되는 건배사도 즐비했다. '개나리'(계급장 떼고 나이는 잊고 릴랙스하게)나 '구구팔팔일이삼사'(99세까지 열심히 일하고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3일 만에 죽자),'마징가'(마시자 징하게 갈 때까지),'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가족이나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자는 뜻에서 '귀가할 때(선창) 꽃 한송이(후창)'를 외치거나 모임 자체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오늘을(선창) 추억으로(후창)'라는 외침도 꽤 들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