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보통 우연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면 필연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연히 발생하는 일은 없다. 모두가 자신과의 인연으로 생기는 필연인 것이다. 좋은 인연을 많이 쌓았다면 행운이 생길 것이고, 나쁜 인연을 많이 쌓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단지 우연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며칠 전 40대의 한 남자가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한 때 서울역 등을 전전하면서 노숙자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를 찾아와 자신이 겪은 이상하고 기구한 인생사연을 이야기 했다.

“잘 나가던 사업이 실패하고 더 이상 가족들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어 집을 나와 한 동안 노숙자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3명의 노인이 보이는데 2명의 노인은 문을 가리키며 그만큼 고생했으니 이제 나가도 된다고 하는데, 또 1명의 노인은 ‘아직 고생이 덜 끝났어.’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저는 문을 열고 환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후 괜찮은 직장에 취직에 되었고 형편도 좋아졌습니다. 꿈대로 고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는 사람의 빚보증을 잘못 서서 지금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때 꿈속의 한 노인이 한‘아직 고생이 덜 끝났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는 나에게 사람의 운명은 이처럼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성공과 실패가 본인의 노력과 상관있듯이, 행운과 불행도 본인의 인연법(因緣法)에 달렸다. 그가 인생의 희비(喜悲)를 겪는 것도 모두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가 이대로 포기하지 않고 빚 정리를 한 다음 다시 재기를 하겠다고 했으니 그의 인생도 꿈속 노인의 말대로라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본인이 덕을 많이 쌓으면 운명은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제사를 지낼 때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도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해서 덕을 쌓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소위 말하는 음덕(蔭德)은 조상을 위하는 마음이 곧 자기를 위하는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자료 조사차 남쪽 지방을 여행하던 때의 얘기다. 한 시골의 여관주인이 나에게 물었다. “천도(天道)가 있다는데 정말 있나요?”그 주인은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주인에게 어머니가 계셨는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 날 벼락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주인은 법 없이도 사신 착한 어머니인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돌아가신 것에 대해 몹시 억울해했다고 한다.

여관 주인에게는 잊고 있던 어머니의 비밀이 있었다. 어느 날 구렁이가 허물을 벗기 위해 장독대에 갔다가 그만 간장독에 빠져 죽었다. 간장을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구렁이는 건저내고 그 간장을 동네 사람들에게 원하는 만큼 나누어 주었다. 동네 사람들은 후한 인심의 어머니를 다들 칭찬했지만, 사실 어머니는 업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업대로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기억을 떠 올린 여관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우연인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본인들의 업(業)에 따라 가는 필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의 일이 필연으로 정해져 있어도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노력이다. 자기의 인생에 좋은 우연, 좋은 필연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면 복(福)을 많이 쌓아야 한다. 복은 쌓아 놓은 것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새해 신묘년(辛卯年)에는 복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복을 많이 지으시기 바란다.(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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