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선 공격 갈등 여전히 발목

지난 5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구호선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골이 깊어진 터키-이스라엘 간 불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각) 이스탄불에서 현지 언론매체의 칼럼니스트들과 한 간담회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묻는 질의에 "우리는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지내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는 다른 모든 국가와도 평화롭게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부토글루 장관은 이스라엘과 선린관계를 지속하려면 가자지구 국제구호선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6일 이스라엘은 사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터키 측이 사과와 보상을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 측은 이를 받아들일 뜻이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국방 및 첨단산업 분야 협력 협정 체결로 대변되는 터키-이스라엘 간 우호관계는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계기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국제 회의석상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양국 관계에 금이 갔다.

이어 지난 5월 이스라엘 특공대가 터키의 이슬람 자선단체가 이끄는 가자지구행 국제구호선단을 공격해 터키인 9명이 사망한 사건은 양국 간 벌어진 틈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지난달 말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 터키 측이 소방헬기를 지원하면서 양국 관계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일었지만, 이번 주말 양측 외교 수장의 발언들은 이런 관측이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국제구호선단을 이끌었던 터키 선적 마르마라호가 이날 이스탄불에서 시민 수천명의 환호 아래 입항하는 모습은 양국 관계가 복원되려면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아울러 양국 관계 복원에는 터키 측이 서방의 제재 중시 해결방안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이란 핵 문제라는 걸림돌도 존재한다.

다부토글루 장관은 "우리는 (지역 내)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반대한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란 핵개발 의혹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은 제재가 아니라 외교적 수단이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터키는 미국 주도로 마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이란 4차 제재안에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이란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자국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최우선 잠재적 공격 대상이 이스라엘이라는 점에서 터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스라엘에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