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들은 매일 날씨 컨설팅을 받고 그날의 생산량을 조절한다. 상인연합회를 통해 민간 기상정보업체에 단체로 가입해 '다음 날 매출이 오를 상품'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것. 날씨에 따라 판매량이 널뛰듯 변하는 '패스트 패션'의 특성상 생산공정에 날씨정보를 활용한 뒤로 매출은 20% 늘고 재고는 30% 줄었다.

기상정보 서비스가 기업 비즈니스와 개인의 삶 속으로 파고들면서 머지않아 일상화될 모습이다. 누가 더 정확한 날씨 정보를 받느냐에 따라 기회비용이 달라진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주목해 국내 기상산업을 2015년 세계 5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중기종합계획을 세웠다.

◆'新 기상산업' R&D에 예산 푼다

기상청은 업계 연구 · 개발(R&D)을 활성화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기상산업 진흥 기본계획(2011~2015년)' 최종안을 최근 확정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내년부터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통해 민간 기상사업자와 기업 간 공동연구에 5년 동안 255억원을 지원하는'기상산업 지원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대표적 개발과제인 '산업별 기상위험관리 기법'은 건설,유통,농업,항공,물류 등 날씨에 민감한 업종에서 예상치 못한 날씨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경영 솔루션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기업이 이미 도입한 날씨마케팅과 생산,재고관리의 수준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에 한계가 있는 기상장비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국산화율이 높아 수출 가능성이 있는 일부 제품군을 내년 중 주력 수출영역으로 선정하고 브랜드 디자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본격 성장계기 될까

우리나라에서 민간에 기상사업이 처음 허용된 것은 1997년.하지만 지난해 시장 규모가 443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등록업체 58곳 중 장비업(52곳)이 대부분이고 예보,컨설팅 등 콘텐츠 기반 사업은 극히 취약하다. 날씨 정보도 1차 가공 수준에 그쳐 산업 영향력이 작았다.

이번 진흥계획에 따라 5년간 날씨 산업에 445억원이 투입된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걸음마 단계인 기상산업을 육성할 '종잣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기상청은 관측,예보,전파 등 날씨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민간에 제공,새로운 사업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상애플리케이션 개발시장도 한층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자전거 전국일주에 나선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날씨앱 덕분에 여행지의 날씨 정보를 미리 받아볼 수 있다. 경남 사천에서 "오후 4시쯤 도착할 진주에 시간당 3㎜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 경로를 바꾸는 식이다.

변희룡 한국기상학회장(부경대 교수)은 "정보가 개방되면 무궁무진한 날씨산업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방기석 지비엠아이앤씨 대표(기상산업발전협의회 업계 간사)는 "기상청과 민간사업자가 서로 상생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