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이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증권사들은 대체로 기존의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야구단 창단에 따른 비용은 분명 실적에 부담이겠지만, 회사 규모와 견줘 감내할 수준은 된다는 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들은 시장의 우려가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6.6% 급락하는 등 엔씨소프트 주가가 최근 나흘 연속 하락한 직접적 원인은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이다. KBO 가입비만 1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300억~400억원의 초기 비용에, 매년 운영비로만 최소 150억원을 써야 하는 프로야구단 창단을 투자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기업도 아닌 엔씨소프트가 굳이 프로야구단을 만들어서 얻어지는 게 얼마나 있을 지 투자자들은 의문을 가졌다. 실제 현재 프로야구단은 삼성 LG SK 롯데 한화 등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지스타 게임쇼 이후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블레이드앤소울' 상용화가 연기될 것이란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 게임은 '리니지'와 '아이온'의 뒤를 이어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출시가 늦춰질 경우 내년 실적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야구단 창단은 투자심리 악화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최근 주가 하락이나 투자심리 악화는 프로야구단 때문이 아닌, 신작 게임에 대한 우려 탓이 크다. 내부 현금보유액만 5000억원이 넘고 내년 이익 규모는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초기 창단비용과 연간 운영비용를 감안해도 회사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구나 티켓 판매 등 수익 사업을 하면 실제로 들어가는 운영비는 50억~60억원 내외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최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현재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LG트윈스 만큼 370억원을 연간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정규리그 편입이 예상되는 2013년 순이익의 4.7%를 까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순이익 감소 효과가 마이너스 1~4%에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도 "동종업체인 CJ인터넷이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로 연간 35억원을 쓰고 있다"며 "(회사가 주장하는 대로) 연간 6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2.2% 수준밖에 안된다"고 했다.

더구나 KBO 측이 무리한 가입비를 요구하거나 연간 운영비용이 100억원을 웃돌 경우 엔씨스프트 측은 프로야구단 창단을 보류, 또는 취소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단이 돈만 잡아먹는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게임 중독이나 사행성 이미지를 벗어내는데 기여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UBS증권은 "중장기적으로 대중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데 야구단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로야구단 창단에 따른 실적 부담이 실제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은 반면, 블레이드앤소울의 출시 지연은 예상했던 것보다 타격이 될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블레이드앤소울의 상용화가 내년 하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보여 실적 추정치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엔씨소프트의 적정 주가를 기존 30만1000원에서 26만5000원을 낮췄다.

이 증권사는 내년 엔씨소프트의 추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당초 각각 6852억원과 3475억원으로 제시했으나, 매출 5872억원과 영업이익 3035억원으로 수정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