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지난 9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하면서 본격화된 '차이완(China+Taiwan) 시대'도 한국 기업에는 커다란 위협 요인이다. ECFA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중국과 대만이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대만 제품이 무관세로 중국에 수출되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놓고 대만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불리하다.

중국과 대만은 ECFA에 따라 향후 2년 안에 대만산 제품 539개,중국산 제품 267개의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만은 중국의 은행 증권산업에 곧 진출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업종 중에선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과 기계 분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관세율은 5~6%여서 무관세인 대만 제품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면사 합성섬유 부직포 수건 신발 등을 생산하는 방직산업 분야도 부정적 여파가 예상된다.

반면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 전자 · 전기 분야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자제품에 대해선 이미 무관세이거나 관세가 낮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과 대만의 ECFA는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기업의 상호 투자 확대는 물론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를 노린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비즈니스 전략을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활용해 대만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대만을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대만이 중국 비즈니스의 관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선 대만 금융사로서는 처음으로 푸방증권투자신탁과 췬이증권투자신탁이 지난달 중국의 증권감독위원회로부터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자격을 따냈다. 중국의 금융투자사는 이미 대만 증권시장에 진출해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한 · 중 FTA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민감한 부분이 많아 협상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농업 개방 없이는 중국과의 FTA 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