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중동평화를 위한 중재자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군 장성들이 참석한 가운데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이 계속 후견인이나 중재자로 나서는 한 중동 지역에 평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중동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

룰라 대통령은 중동평화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시리아 등 당사자들의 대화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 또는 행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지난 5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만나 이란 핵연료 교환 3자 합의안을 이끌어낸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동평화협상에도 새로운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평화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가 나서 해결할 수 없으며 다자간 협의와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문제"라면서 유엔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대해서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세계 질서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기존의 안보리 개혁 주장을 되풀이했다.

룰라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보도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홀로 중동평화 협정을 이끌어낼 수 없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이를 입증한다"면서 "브라질은 중동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