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성과주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계십니까. 성과주의 도입으로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성과와 금전적 보상을 연계함으로써 조직성과를 높였다는 확실한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기업이 성과주의의 핵심이 보상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이는 그릇된 성과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학자들의 경고는 간단합니다. '인센티브(incentive) 높은 성과를 유인하려는 시도는 실패한다'는 것이죠.'돈으로 안 된다면 무엇으로 성과를 끌어내란 말이냐'는 의문이 당연히 들게 됩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고(高)성과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성과 조직의 7가지 특징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고성과 조직의 7가지 특징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가 고용안정성입니다. 일본 기업이 아닌 미국에서 고용안정성을 얘기하는 것이 좀 어색할지 모르겠지만,미국의 우수 기업 중에서도 고용안정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신중한 채용입니다. 고용안정을 추구하다 보면 일단 뽑은 사람은 쉽게 내보낼 수가 없으니 채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죠.세 번째 특징은 조직 설계를 위한 기본 원리로서 자율관리팀과 의사결정의 분권화입니다. 팀 중심으로 조직을 편성하고 팀에 많은 권한을 위양하라는 것이죠.

네 번째는 조직성과에 연계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높은 수준의 임금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많이 나면 많이 주고,보통의 성과면 그에 맞게 주는 식으로 성과와 연계된 보상을 하라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광범위한 교육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한번 뽑으면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여섯 번째 특징은 복장,호칭,사무실 배치,임금 격차 등에서의 신분차별과 기타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서열을 배제하고 좀 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죠.마지막은 회사의 재무제표 및 기타 성과정보에 대한 조직원들 간의 공유입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알피 콘도 기존의 성과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고성과 조직의 특징을 '협동(collaboration),내용(content),선택(choice)'이란 '3C'로 설명합니다. '협동'은 팀워크가 잘돼야 좋은 성과를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이 우수한 성과를 만들기보다는 팀 중심으로 여러 명이 협력할 때 더 큰 성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내용'이란 개인이 수행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만들고,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선택'은 개인에게 재량권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고성과주의의 실현 과정

지속가능한 고성과주의를 실현하려면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현재의 어설픈 성과주의가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파괴하고 있으며,금전에 의해 통제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들고 있음을 인식하고 잘못된 성과주의의 관행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는 금방 실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 ·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합니다.

먼저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독일의 조직심리학자 쿠르트 레빈은 변화의 과정을 해동(unfreezing),이동(moving),재동결(refreezing)의 3단계로 설명했습니다. 그릇된 고정관념이나 그릇된 패러다임을 지워버리고(해동),새로운 패러다임을 학습하고 받아들이며(이동),이를 확신하고 사유의 근거로 삼는 것(재동결)이죠.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변화도 그릇된 성과주의에 대한 이해와 반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아마 많은 저항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성과주의에 너무나도 익숙한 데다,국내에는 이를 설득시켜 줄 만한 학자가 없기 때문이죠.

해외의 학자들이 말하는 과학적 성과주의와 고성과 조직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프리 페퍼 교수가 쓴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기존의 성과주의 문제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고,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죠.다카하시 노부오 교수가 쓴 '성과주의 허상'이나 제가 쓴 '성과주의 혁신'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고성과주의 중 · 장기 마스터 플랜

이런 학습을 통해 경영진이나 리더들이 성과주의에 대한 올바른 패러다임을 공유하게 됐다면 바로 응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완급을 가려서 3단계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1단계에서는 그릇된 보상관행을 해소하고 개인 목표관리 제도를 폐지합니다. 2단계에서는 팀의 미션,성과체계 영역,우수 성과기준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팀의 스트레치 목표(stretch goal)를 도입하게 되는데,이때 회사 전체와 사업부에 균형성과평가제도(BSC) 관점에서의 목표를 수립합니다. 3단계에서는 직급 체계를 개편하고 승진심사를 강화하는 것,성과와 역량평가제도를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응급조치가 이뤄지고 난 다음에는 최종적으로 고성과 조직의 문화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한데,3~5년 정도의 중 · 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세워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단계로 분권화와 팀경영으로 체제를 전환시키고,이때 성과배분제도를 같이 도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는 고용안정성을 추구합니다. 고용보장의 조건을 분명히 하고 고용보장 정책을 선언한 다음 임금 수준을 통제하고 능력을 향상하는 방안을 개발하는 작업들이 필요하죠.

마지막 단계에서는 일의 재설계를 통해 일과 인간을 조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성과 조직의 특징을 종합하면 공동체적인 문화와 신뢰가 강한 환경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개인들이 일에 만족할 수 있도록 직무가 인간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인간과 일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죠.돈으로 성과를 유인하는 미국식 성과주의가 단기적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지속가능한 고성과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노력과 마스터 플랜이 필요합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최명돈 오즈컨설팅그룹 대표컨설턴트

△서울대 우주항공공학과 졸업,고려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삼성그룹,LEGO코리아,AIG코리아 근무 △저서='성과주의의 혁신' '벤처기업의 연봉제 모델 OSM' don@ozcon.co.kr




# Hi CEO는…

한국경제신문이 만든 경영자 대상 온라인 교육 서비스로 2007년 서비스를 시작,3500여개의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경영,리더십,재테크,문화 등 7개 채널 100여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으며,각 분야 최고 강사진 200여명이 시의 적절한 지식정보를 전달한다. 콘텐츠당 10분 안팎의 영상 및 교재로 구성돼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대우조선해양 등의 단체와 기업,공공기관 리더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