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일정 기간 거주하면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도'가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기업 이사가 본인의 친인척 등과 거래하려면 반드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20일 청와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1년 업무추진 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무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2년 1월부터 이들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외국인 한국 방문 쉬워진다

우선 외국인의 국내 투자이민제도가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국내 부동산을 산 외국인이 일정 기간 국내에 거주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지금은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5억원 안팎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에게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석동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시행 대상은 외국인 부동산 투자 수요가 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알펜시아가 있는 강원도나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있는 인천 등이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사증(비자)제도 역시 개선된다. 외국인 크루즈 유람선 탑승객을 대상으로 내년 말 도입할 '상륙허가제'가 대표적이다. 개인별로 출입국 심사를 하는 현행 시스템을 바꿔 운수사업자로부터 상륙허가자 명단을 받아 일괄심사 방식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중국에 이어 동남아 국가 관광객들에게도 1년의 유효기간 내에 횟수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복수비자'와 3개월 안에 한국을 2회 방문할 수 있는 '더블비자'가 내년 3월부터 발급된다.

◆이사회 승인 범위 넓어져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제3자에게 이용하도록 할 때 이사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회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 기회를 제3자에게 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사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 소속 회사와 친인척 등이 소유한 회사(지분 50% 이상)가 거래토록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비등기 임원이라도 사업 기회 유용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주주들이 대표소송을 걸 수 있는 집행임원제도도 도입한다. 법무부의 상법 개정안은 2008년 10월 국회에 제출돼 2년여 동안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기업 형태 다양화

법무부는 기업의 형태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처럼 주주나 이사,감사 등 복잡한 조직 없이 소수의 동업자가 자유롭게 수익 배분과 지분 양도 등을 정하고 출자금액만큼만 책임지는 유한책임회사(LLC)를 만들 수 있다.

회사와 조합의 중간 형태인 합자조합(LP) 설립도 가능해진다. 기업주는 무한책임조합원으로서 경영을 맡고,유한책임조합원은 출자액만큼만 책임을 지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구조다. 이사,감사 없이 조합계약만으로 설립이 가능하다. 김윤상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외국기업들 중에는 한국에 LLC나 LP형태로 기업 또는 조합을 설립하려는 수요가 많다"며 "궁극적으로 해외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주식도 도입한다. 양도 제한 주식이 그것이다. 이 주식은 이사회가 승인할 경우에만 양도할 수 있어 제3자의 경영권 간섭이 어려워진다. 상환사유부 주식도 있다. 우선주뿐 아니라 보통주에 대해서도 발행한다. 이 주식은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각할 수 있다.

법무부는 공인 전자등록기관의 전자등록부에 등록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고 양도할 수 있는 전자증권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상법상 회계 조항들이 기업회계기준과 불일치한다는 점을 고려,관련 조항들을 대거 삭제해 구체적인 회계기준을 보편적인 기업 회계 관행에 맡길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라는 조직은 외부의 변화에 느리게 적응하는 조직문화가 있어 이것을 깨뜨리지 않으면 빠르게 변화,진화하는 세계적 트렌드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