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LPGA투어가 힘을 잃고 있다. 2008년 34개였던 대회가 올해 24개로 줄었고 내년에도 24~25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LPGA투어는 지난 6일 내년 투어 일정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타이틀 스폰서를 찾고 대회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 때문에 내년 1월 초로 연기했다. 트레스 마리아스챔피언십,CVS파머시클래식,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등은 안전,재정 등의 문제로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투어 측은 미국에서 2개 대회를 더 개최하기 위해 협의 중이지만 미국 경기 침체와 아시아 선수들의 활약,미국 선수들의 상대적인 부진 등으로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LPGA투어는 지난해부터 아시아 쪽으로 눈을 돌리며 서진하고 있다. 올 시즌 미국에서 열린 대회는 13개에 불과했다. 아시아 등 해외에서 열린 대회는 11개로 45%에 달했다. 한국 태국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미LPGA투어가 치러지고 있으며 내년엔 중국과 대만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미LPGA투어가 아시아 쪽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미국 골프팬들의 관심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공백을 메울 세계적인 스타가 없다. 재미교포 미셸 위를 비롯 크리스티 커,폴라 크리머 등 미국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골프퀸'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선수의 시즌 첫승은 올 시즌 10번째 대회인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 기록한 크리스티 커의 우승이었다.

'황색 돌풍'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코리안 원투펀치'인 신지애와 최나연,미야자토 아이(일본),청야니(대만) 등 이른바 '아시안 4인방'이 투어 무대를 주무르면서 미국 골프팬들의 관심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미국 선수들의 부진은 시청률 저조와 스폰서 이탈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 침체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폰서들은 틈만 나면 대회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미국 선수들이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고,외국 선수들의 우승으로 홍보 효과가 반감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일부 선수들은 일본 투어와 병행하기에 이르렀다.

김성남 PRGR 팀장은 "외국 선수들이 우승을 독식하면서 미국 팬들의 관심이 시들고 있다"며 "미셸 위,폴라 크리머 등 미국계 선수들이 우승을 많이 해야 스폰서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