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한 미소' vs '큰 기대 안 해' 분위기 공존

산업팀 = 국내외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인 올해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좋은 실적을 낸 주요 기업 직원들이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연간 실적이 최종 집계되는 내년 초에 성과급을 주는 기업들이 많지만, 일부 기업의 직원들은 벌써 두둑해질 지갑으로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러나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기업들은 성과급 잔치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여 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의 실적에 따라 부서별로 차등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을 내년 초 직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PI와 더불어 삼성의 대표적인 인센티브 제도인 초과이익분배금(PS)도 내년 1월 중 지급된다.

지난해 삼성은 연말에 PI를 지급했고 계약연봉의 50%까지 주도록 돼 있는 PS를 올해 초에 줬다.

작년 하반기의 PI는 상반기 중 비상경영 방침에 따라 덜 지급했던 부분까지 더해지면서 A등급의 경우 월 기본급의 200%까지 나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려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준의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다수 삼성전자 직원들은 성탄절인 25일부터 소진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한꺼번에 쓰는 집중휴가제도 활용할 수 있어 '행복한 세밑'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수와 수출에서 판매 실적이 증가한 자동차 업계에서도 고생한 직원들에게 따뜻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말에 통상급의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올해의 임금협상에서 통상급의 300%와 200만원을 성과급으로 결정하고 통상급의 200%를 연말에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들어 11월까지의 판매가 작년 대비 17.5%와 40%씩 증가하는 등 엄청나게 좋은 실적을 올렸다.

GM대우도 지난 8월 타결된 임단협에 따라 연말에 성과급 200만원을 전 직원에게 주기로 했고, 르노삼성은 기본급 대비 50∼200%에 해당하는 하반기 생산성 격려금을 내년 1월에 지급할 예정이다.

비교적 호황을 누린 중공업계와 올해 비교적 장사를 잘했다는 평을 듣는 유통ㆍ식품업계도 '성과급 축포'를 쏘아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STX그룹은 내년 1월에 개인 및 조직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성과급과 는 별도로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연말 상여금을 이달 말에 줄 계획이다.

두산그룹 임직원들은 계열사·개인별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 2월 성과급을 받는다.

올 들어 대부분 계열사가 양호한 실적을 보인 롯데그룹은 사업부문별 평가에 따라 내년 1월 중에 예년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유통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졌던 만큼 이 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은 1년 단위의 경영성과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센티브 개념의 변동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사업부문별 경영 성과와 임직원 개개인의 업적에 맞춰 내년 1월 중에 지급할 예정이다.

반면 올해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대기업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채워야 할 지갑이 얇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2, 3분기에 어려움을 겪고서 새 CEO(최고경영자) 체제를 구축하고 위기 돌파에 나선 LG전자의 직원들은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8%가량 성장했던 LG전자는 올 2월 평균적으로 기본급의 300% 정도를 성과급으로 통 크게 배분했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전체적으로 영업흑자를 내긴 했지만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흑자 폭이 급감해 직원들이 기대수위를 낮출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발주량 감소로 올해 힘든 시기를 보낸 건설업계도 연말연시의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도 수주액이 지난해에 못 미치는 곳이 많아 내년 초에 지급되는 성과급이 전년 수준을 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