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다.

1970년대 내셔널세미컨덕터나 인텔, AMD 등 실리콘으로 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기업이 몰리면서 실리콘밸리라는 지명을 얻게 됐지만 지금은 벤처캐피털 자금의 반도체 분야 투자가 최근 12년 사이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로 만드는 반도체는 여전히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핵미사일에까지 쓰이는 핵심부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미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벤처자금지원은 2008년 같은 기간보다 36%나 하락한 8억8천490만달러에 그쳤다고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는 밝혔다.

지난해에는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8억6천380만달러였다.

반도체업체에 대한 초기 벤처투자는 올해 투자된 전체 벤처자금의 1.1% 수준으로 NVCA가 분류한 전체 14개 산업 가운데 꼴찌였다.

이에 비해 소프트웨어업체들은 17%로 가장 높았으며, 벤처캐피털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게임업체인 징가, 온라인 쿠폰업체인 그루폰 등에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이처럼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초기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관련 신생기업들은 생산하려는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파악하기도 전에 개발과 실험에 엄청난 자금이 투여돼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인터넷기업들은 웹기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비용이 저렴해 창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게다가 최근 이 지역 반도체업체들은 생산도 직접하지 않고 대만 업체들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은 생산규모 기준으로는 이미 2005년 이후 미국을 넘어선 상태다.

또 벤처캐피털들은 반도체업체들에 투자하면서 정부의 지원과 낮은 생산비용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중국 등 해외로 옮겨갈 것을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