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지난 7일 베트남 출신의 아내와 말다툼을 하던 이주호씨(43).한국어가 서투른 아내와 베트남어를 할 줄 모르는 자신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자 전화기를 들었다.통역자원봉사단체의 자원봉사자를 통해 대화를 하기 위해서다.이씨는 “서로 살아온 문화가 달라 오해를 풀기 위해선 정확한 의사전달이 필요하다”며 “갈등이 생기면 이곳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씨가 통역자원봉사를 받은 단체는 한국BBB운동(1588-5644)다.이는 휴대전화를 통해 24시간 통역서비스를 제공한다.2002년 월드컵 당시 방한 외국인들의 언어불편을 해소해줄 목적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제안으로 만들었다. 통역이 필요한 사람이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해당 언어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총 37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영어,중국어,스페인어,베트남,아랍어,인도네시아어 등 17개 언어를 지원한다.연간 이용건수가 지난해 4만건에서 올해는 5만여건으로 1만건(25%)가량 증가했다.한국BBB운동 관계자는 “이주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어 중국어가 22%,베트남어가 18%를 차지한다”며 “낯선 국가로 시집 온 여성들이 생활 곳곳에서 겪는 언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호한다”고 말했다.이밖에 중국인 아내에게 자신의 출장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남편과 여행왔다가 돈을 모두 잃어버려 어찌할지 모르는 미국인,이직을 원하는 키르키즈스탄 근로자 등 다양한 도움을 요청한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한국BBB운동 관계자는 “국내 다문화 가정은 90만명 외국인 근로자는 60만명에 달하는 만큼 통역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같은 자원봉사모델을 해외 국가에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BBB운동은 ‘Before Babel Brigade’의 약자로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전의 언어장벽이 없던 시대를 의미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