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 감세 연장법안이 상정된 가운데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부유층에 대한 상속세 감면 혜택을 문제 삼으며 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후반 표결에 부칠 감세 연장법안의 하원 통과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13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메릴랜드주)는 이날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감세 연장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이를 하원에서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속세 감면이 일자리 창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부유층 상속세 감면 혜택은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 밴 홀런 하원의원도 상원의 감세 연장법안이 그대로 하원을 통과할 경우 불과 6600가구에 상속세 감면 혜택을 주면서 680억달러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세 연장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2011년부터 최고 55%의 상속세율이 적용되며 면세 기준은 100만달러다. 하지만 감세 연장법안이 통과되면 세율은 35%로 낮아지고 면세 기준도 500만달러로 높아져 고소득층의 상속세 감면 혜택이 늘어나게 된다. 올해까지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도입한 세감면 혜택에 따라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차기 하원 예산위원장으로 내정된 공화당의 폴 라이언 의원은 "공화당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양보를 한 것"이라며 법안 수정에 대한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최근 부유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감세 조치를 2012년까지 2년 연장하고 실업급여 지급기한을 2011년까지 13개월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감세 연장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7만5000~10만달러인 가구는 평균 3500달러를 감면받게 되는 등 총 감세 규모는 85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감세 연장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감세 연장이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