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술취한 연말, 위·심장·전립선 등 곳곳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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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과도한 음주 위산 식도역류 불러
기온 떨어지면 전립선비대증 악화
규칙적으로 소변 보는 습관 필요
과도한 음주 위산 식도역류 불러
기온 떨어지면 전립선비대증 악화
규칙적으로 소변 보는 습관 필요
12월은 직장인에게 고달픈 시간이다.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과음 과식 과로를 하기 때문이다. 또 늦은 귀가로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수면시간도 부족해져 만성피로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생활패턴은 위나 장 간은 물론이고 뇌 심장 관절 비뇨기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과음 후 속쓰림이 생겼다면 급성 위염을 의심해야 한다. 급성 위염 때는 최소 3일간 금주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기능성 위장장애 역시 음주 후 악화된다. 알코올은 위장 운동을 방해하는 데다 위점막을 손상시켜 속쓰림과 속이 더부룩한 증상을 악화시킨다. 또 과도한 음주는 역류성 식도염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의 점막을 자극,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과식을 피하고 식사시 적당량의 물을 마시며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음주가 간경화증을 더 촉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다면 음주 다음 날 복통이나 설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찬 맥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과음을 하면 심장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알코올성 심근증'에 걸릴 수도 있다. 이는 확장성 심근증의 한 종류로 심장의 수축과 이완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또 폭음을 하면 고혈압 심장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성이 하루 70g 이상 알코올(소주 8~9잔)을 섭취할 때 비음주자에 비해 혈압,공복시 혈당 및 중성지방 농도가 현저히 높아졌다. 또 고혈압과 당뇨병의 위험은 비음주자에 비해 2.2배,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는 1.6배 높았다. 또 남성이 1주일에 4회 이상 음주시 비음주자에 비해 고혈압 및 고중성지방혈증(고지혈증의 일종) 위험도는 각각 1.6배,2.1배 높았다.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순환기센터 김동빈 교수는 "적당한 양의 음주시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의 농도가 증가한다"며 "건강에 해롭지 않은 음주량은 남자 2잔,여자 1잔 정도"라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연이은 술자리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증상이 더 악화되는데 겨울에는 땀으로 수분이 잘 배출되지 않아 소변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음까지 하면 소변량이 증가해 배뇨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으로는 늘어난 전립선 조직이 전립선 내 요도를 좁게 만들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약뇨,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자는 동안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는 야간뇨,소변이 심하게 마려우나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 등이 있다. 급성 요폐란 방광에 소변이 꽉 찼는 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평소 전립선비대증을 앓는 환자가 과음 후 잠이 들 때,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급성 요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같은 병원 김현우 비뇨기과 교수는 "외출 전에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 주고 추운 곳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피해 몸을 보온하고 음주 시에는 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소변을 규칙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치료는 약물요법이 기본이며 약물로 효과가 없거나 방광결석,지속되는 진한 오줌,혈뇨,급성요폐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내시경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