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3세 경영인의 도전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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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사장 자리에 오른 분들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답을 들려준다. 운이 7이면 실력은 3쯤 되는 것 같다는 겸양의 표현이다. 운(運)이 11이고,기(技)는 마이너스 1쯤 되는 게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기업에 인재들이 몰리고 덩치가 커지면서 그만큼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임원 자리에 오르거나 그 자리를 지키는 일도 예전보다 훨씬 녹록지 않아졌다.
요즘 같은 인사철에 누구를 승진시킬지를 결정하면서 또 비슷한 숫자만큼 내보내야 할 사람을 골라야 하는 것은 오로지 사장의 몫이다. 한 대기업 CEO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과를 보상하려면 공(功)이 있는 사람은 승진시켜야 하고 과(過)가 있는 사람은 내보야 하는 데,결정할 때가 가장 괴롭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나가는 사람들의 남은 인생과 그들의 가정보다는 조직의 건전한 성장과 미래를 위해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CEO의 사명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CEO는 수많은 임직원의 대표이자 의사결정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주식회사 체제의 꽃이다. 권한을 가진 만큼 법적인 책임이 뒤따르며,그의 선택과 판단에 기업의 운명이 엇갈린다. 승자와 패자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스마트전쟁 시대엔 더욱 그렇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로 군림해온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이사회 의장과 올리 페카 칼스부오 사장을 비롯해 스마트전에서 뒤처져 물러난 CEO들이 한둘이 아니다.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기업 인사가 한창이다. 현대자동차와 LG SK 등 나머지 4대 그룹의 인사에도 이목이 쏠려 있다. 입사 동기 100명 중 별을 다는 사람은 단 1% 미만이라고 할 정도로 임원이 되는 것은 어렵다. 상무를 넘어 전무,부사장까지 가는 것은 복권에 당첨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사야말로 경영의 하이라이트이며 기업들은 계량적 평가기준과 공정하고 객관적 잣대를 적용하는 데 무엇보다 힘쏟고 있다.
올해 삼성 정기 인사의 백미(白眉)는 이건희 회장의 자녀를 경영일선에 전진 배치한 승부수다. 창업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 에버랜드 사장이 40대에 각각 계열사를 맡아 경영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이재용 사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총 때 삼성전자 등기이사까지 맡아 법적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는 실질적인 경영진 반열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두 젊은 사장은 과거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잘못된 관행과 복잡한 인맥,정치 권력과의 공생관계 등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이 8개월여 고심 끝에 새로운 10년을 맞는 젊은 삼성의 변화와 도전을 이끌 주역으로 자녀를 선택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이 회장과 삼성은 2008년 '삼성 특검'이라는 그룹 출범 후 최대 위기를 겪었다. 특검에 책임지고 이 회장은 근 2년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2008년 3월엔 뜻깊은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고도 기념식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삼성 3세 사장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기여하면서도 때만 되면 정치 · 사회적 논란에 휩쓸려온 삼성의 또다른 위상과 평판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래야 한 세대를 뛰어넘어 100년 삼성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
요즘 같은 인사철에 누구를 승진시킬지를 결정하면서 또 비슷한 숫자만큼 내보내야 할 사람을 골라야 하는 것은 오로지 사장의 몫이다. 한 대기업 CEO는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과를 보상하려면 공(功)이 있는 사람은 승진시켜야 하고 과(過)가 있는 사람은 내보야 하는 데,결정할 때가 가장 괴롭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나가는 사람들의 남은 인생과 그들의 가정보다는 조직의 건전한 성장과 미래를 위해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CEO의 사명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CEO는 수많은 임직원의 대표이자 의사결정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주식회사 체제의 꽃이다. 권한을 가진 만큼 법적인 책임이 뒤따르며,그의 선택과 판단에 기업의 운명이 엇갈린다. 승자와 패자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스마트전쟁 시대엔 더욱 그렇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로 군림해온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 이사회 의장과 올리 페카 칼스부오 사장을 비롯해 스마트전에서 뒤처져 물러난 CEO들이 한둘이 아니다.
삼성이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대기업 인사가 한창이다. 현대자동차와 LG SK 등 나머지 4대 그룹의 인사에도 이목이 쏠려 있다. 입사 동기 100명 중 별을 다는 사람은 단 1% 미만이라고 할 정도로 임원이 되는 것은 어렵다. 상무를 넘어 전무,부사장까지 가는 것은 복권에 당첨될 정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인사야말로 경영의 하이라이트이며 기업들은 계량적 평가기준과 공정하고 객관적 잣대를 적용하는 데 무엇보다 힘쏟고 있다.
올해 삼성 정기 인사의 백미(白眉)는 이건희 회장의 자녀를 경영일선에 전진 배치한 승부수다. 창업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 에버랜드 사장이 40대에 각각 계열사를 맡아 경영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이재용 사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총 때 삼성전자 등기이사까지 맡아 법적 권한과 책임을 함께 지는 실질적인 경영진 반열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두 젊은 사장은 과거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잘못된 관행과 복잡한 인맥,정치 권력과의 공생관계 등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이 8개월여 고심 끝에 새로운 10년을 맞는 젊은 삼성의 변화와 도전을 이끌 주역으로 자녀를 선택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이 회장과 삼성은 2008년 '삼성 특검'이라는 그룹 출범 후 최대 위기를 겪었다. 특검에 책임지고 이 회장은 근 2년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었다. 2008년 3월엔 뜻깊은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고도 기념식을 열지 못할 정도였다.
삼성 3세 사장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스스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기여하면서도 때만 되면 정치 · 사회적 논란에 휩쓸려온 삼성의 또다른 위상과 평판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래야 한 세대를 뛰어넘어 100년 삼성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유근석 산업부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