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은 지난 7일부터 모든 학사일정을 거부하고 도서관 출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매일 도서관 지정석에서 공부하면서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출석을 체크한다. 2012년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정한 법무부 발표에 대한 항의표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로스쿨 분쟁'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분석한다. 법무부는 최근 로스쿨이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한다는 전제 아래 변호사 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시험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변호사 업계,로스쿨 및 재학생들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며 대립하고 있는 이유다.


◆"합격률 80% vs 50%"

최근의 '로스쿨 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갈등 요인은 합격률과 합격률 산정기준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연합체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 시험에서 응시자 대비 80% 이상을 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낮아지면 로스쿨 재학생들이 시험 준비에만 매달려 파행 교육 · 학습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입장은 이들과 판이하다.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50%가 합격률 적정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무부안대로라면 2012년에만 로스쿨 졸업자와 사법연수원생(사법시험 합격자)을 합쳐 신규 법조인이 최소 2500명 배출된다. 이는 전년(1000명)의 2.5배로 전국 개업 변호사 숫자(올해 말 기준 1만1000명)의 23%에 달해 변호사 시장에 공급과잉 쇼크를 줄 것이라는 게 변협의 지적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숫자에도 큰 차이가 난다. 합격률 산정기준도 '응시자'와 '입학정원'으로 갈려 있기 때문이다.

변협의 제시안은 2013년도부터 일정 기간 로스쿨 졸업생의 1000명 정도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은 "판 · 검사 임용이나 로펌,개업 변호사 등 법률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기업이나 관공서는 전체 변호사 시장의 10%에 불과하다"며 "지금도 한 해 배출되는 신규인력 1000명의 일자리도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서 동시에 법조인이 배출되는 과도기라는 점을 감안해 2018년께부터 로스쿨 입학정원의 70%로 합격률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적정하다"고 말했다.

반면 로스쿨은 매년 졸업생 중 2000명 안팎이 변호사 자격을 따야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명기 로스쿨협의회 사무국장은 "변협 안을 따르면 응시자 중 소수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졸업생 중 상당수는 '변시(辯試) 낭인'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합격률 산정 때 '응시자'가 아닌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내놓았다.

◆법률시장 미래예측도 엇갈려

법조계에서는 최근 로스쿨 분쟁의 근본적 이유로 로스쿨 교육에 대한 불신과 미래 법률시장 예측에 대한 인식차를 꼽고 있다.

로스쿨 측은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 변호사 업계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입장이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1일 △전체 정원 대비 20%까지 유급 △상대평가 및 학점 배분비율 적용 △재학 연한 최대 5년으로 제한 등을 담은 학사관리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장재옥 중앙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교육은 예비 법조인의 전문화를 유도하는 초석을 다지는 역할"이라며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높아지면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현상을 막고 로스쿨별 특성화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변호사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사법연수원 33~40기 변호사와 법무관,사법연수원생 111명은 10일 변호사 시험 합격률 재논의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법무부를 항의 방문했다. 나승철 변호사는 "로스쿨 교수들 스스로 실무교육은 로스쿨에서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마당에 로스쿨 교육 수준이 기존 법대 학부 과정보다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래 법률시장의 수익성과 적정 변호사 수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대한변협 측은 "국내 법률시장 매출 1000억원당 법조인 수가 이미 일본의 387명보다 많은 528명에 달하는 데다 해외 로펌까지 국내시장에 진출하면 변호사 과잉에 따른 엄청난 폐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두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내 변호사 1인당 매출이 미국보다 1.3배 높은 수준인 만큼 변호사 증가에 따른 평균수입 하락은 시장이 정상화화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변호사들은 세무사나 변리사 자격이 자동 부여되는 등 외국에 비해 활동영역도 넓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 공급이 늘면 소송 등 전통시장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 전문가로 참여해 시장을 더욱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고운/임도원 기자 ccat@hankyung.com

■ 로스쿨

law school.법학전문대학원을 말한다. '고시낭인'의 폐해를 줄이고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 도입돼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로스쿨이 개원했다. 한 학년의 정원은 2000명,교육과정은 3년이다. 2012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로스쿨생은 대학 성적과 영어,법학 적성시험(LEET),면접 등을 통해 선발된다. 첫해 입학경쟁률은 7.2 대 1이었지만 올해는 4.82 대 1로 낮아졌다. 현행 사법시험은 2016년 폐지된다. 그때까지 사법시험과 로스쿨 변호사시험이 병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