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7일 정면 충돌한 여야는 8일 새벽에도 밤샘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 밤 격한 몸싸움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 차례로 진입한 여야는 본회의장을 함께 점거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밤 사이 한나라당은 최대 120명, 민주당은 70명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지켰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석에 엉덩이를 한쪽씩 걸치고 나란히 앉아 의장석을 `사수'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민주당 보좌진들은 새벽에도 본회의장 주변에 진을 치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추가 진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소란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그리고 보좌진 20여명은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철야 농성을 계속했다.

민주당은 귤 상자 등 각종 집기를 본회의장 출입문 안쪽에 추가로 쌓으며 `바리케이드'를 강화했다.

본회의장 문을 걸어잠그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밧줄도 보였다.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대표실과 본회의장, 중앙홀을 오가며 상황을 점검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야 의원들은 김밥과 귤 등 야식을 공수해와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

물과 종이컵 등 본회의장 내 물자가 떨어졌다는 `SOS'에 보좌진들이 생수 등을 긴급 투입했고, 일부 의원은 트위터로 본회의장 상황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새벽 3시께 본회의장 안으로 담요가 반입되자 의원들은 본회의장 곳곳으로 흩어져 잠을 청했다.

본회의장 밖에 있던 여야 보좌진과 당직자도 오전 상황에 대비해 휴식을 취하면서 대치는 한때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8시 전후로 여야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지면서 국회 안팎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한나라당은 본청 245호 주변에 보좌진 50여명을 배치해 민주당 측의 출입을 막고 있다.

민주당측에선 한나라당이 `예산안 날치기'를 위해 예결위회의장이 아닌 제3의 장소로 245호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본회의장 앞에는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 정세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100여명이 다시 나와 전열을 정비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간헐적으로 통화는 하고 있으나 협상에 진전이 없어 대화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국회 주변은 경찰 차량이 빼곡히 에워싸고 있으며, 경비대와 방호원들이 본청 출입을 통제하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어지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1시께 국회 청사 출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