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상품 선정 10년] 현대重, 굴착기 등 31개 최다…中企제품이 67% '기술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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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53개…10년새 4배 증가
LG화학ㆍ삼성전자도 10개 넘어
"한국 브랜드 인지도 높였다"
中가격·日기술 경쟁 이겨야
LG화학ㆍ삼성전자도 10개 넘어
"한국 브랜드 인지도 높였다"
中가격·日기술 경쟁 이겨야
2001년 120개에 불과했던 한국의 세계일류상품 수가 올해 553개로 4.6배 늘었다. 세계일류상품 최다 보유기업은 현대중공업으로 31개를 갖고 있다.
세계일류상품이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안에 들거나(현재일류상품) 향후 5년 내 5위 안에 들 가능성이 높은 제품(차세대일류상품)을 말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는 7일 "세계일류상품 육성 사업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며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한국 상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계일류상품을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58개 품목을 세계일류상품으로 신규 지정,인증서를 수여했다.
◆선택과 집중이 '세계 일류'비결
지경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총 31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2위인 LG화학(13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31개 품목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선박 추진축,대형엔진 실린더 프레임,유동접촉분해 반응기 · 재생기 등 15개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일류상품 선정 사업이 시작된 2001년 범용상선과 굴착기 등 2개 제품을 인증받은 뒤 매년 선박 관련 제품을 세계일류상품 리스트에 올렸다. 2007년에는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초대형컨테이너선 등 7개 제품을,2008년에는 선박용 고압트러스트 전동기 등 6개 제품을 인증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선박용 냉동컨테이너 전력공급반,145kV 가스절연 개폐기를 세계일류상품으로 추가 인증받았다. 선박용 냉동컨테이너 전력공급반은 냉동컨테이너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장치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68%,지난해 수출액이 510만달러에 달했다. 145kV 가스절연 개폐기는 전력을 필요한 부분에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전기회로를 변환하고 보호하는 장치로 지난해 수출액은 1억4000만달러였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세계일류상품의 비중이 80%에 달한다"며 "2001년부터 주력제품 일류화를 목표로 매년 3~4개 제품을 세계일류로 끌어올리기 위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이 세계일류상품을 많이 보유하게 된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계일류상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주로 대기업이다. 2위인 LG화학에 이어 삼성전자(11개),두산중공업(8개),대우조선(7개),현대제철(6개),효성(5개) 순이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대기업은 일정 규모의 자금을 연구 · 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집중적인 마케팅을 벌여 세계일류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류상품 67%는 中企제품
중소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올해 세계일류상품 553개 중 67%인 370개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선박용 조립식 화장실로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은 중견기업 스타코는 지난해 매출이 약 1460억원에 불과하지만 선박용 인테리어 분야에선 세계 시장을 휩쓰는 강소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수출에서 벌어들였다.
이 회사는 선박용 조립식 화장실 분야에서 절대 강자다. 작년 한 해에만 3000만달러(350억원)를 수출,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한다. 조립식 화장실은 유조선,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스타코 관계자는 "현대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메이저 조선사뿐 아니라 유럽 · 일본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며 "조선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크루즈선에도 납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폴리에스터 분야 1위인 휴비스는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에스터 화이버를 개발,2001년 세계일류상품으로 인증받았다. 이 제품은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인 세라젬의료기와 비디오도어폰업체인 코맥스도 2002년 세계일류상품을 배출한 이후 수출을 계속 늘리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 이겨내야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신속하게 경제회복을 이뤄낸 것은 다수의 세계일류상품들을 만들어 낸 국내 산업계 덕분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의 수출은 4243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5% 증가했다. 사상 최고였던 2008년 422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보유한 세계일류상품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595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584개)에 비해서도 31개 줄었다. 세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은 위협적이다. 예컨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04년 이후 3%대 초반에서 정체된 반면 중국은 이 기간 11.3%에서 21.7%(지난해 기준)로 높아졌다. 기술에 앞선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역협회가 선진국 제품과 경쟁하는 수출기업 27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진국 경쟁 제품을 100점으로 봤을 때 한국 상품의 실제 가치는 93점이지만 시장가치는 87점으로 나타났다. 실력보다 6점이나 디스카운트된다는 얘기다.
김도균 지경부 무역진흥과장은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상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세계일류상품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