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000억원대에 달하는 코스닥 정밀화학 업체인 SSCP가 수백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SSCP는 최근까지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인 매수 보고서가 잇따라 나왔던 기업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7일 오전 SSCP에 대해 분식회계설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회사 측은 8일 오후까지 분식회계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은 이 회사가 해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와 부당 거래를 하며 수백억원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가짜 수출 신고를 통해 경영실적을 부풀린 혐의가 인천본부세관에 의해 적발됐기 때문이다.

세관에 따르면 SSCP 대표 등은 2005~2006년 자회사가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면서 원가보다 10~30배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수법으로 약 303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회사 주식을 홍콩 페이퍼컴퍼니 4곳에 유상증자를 통해 배정하고 A사가 이를 12배로 부풀린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수법으로 449억원의 재산을 홍콩으로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거래가를 최대 20배까지 부풀리거나 세관당국에는 수출 품명을 가짜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1710억원어치 물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도 제기됐다.

SSCP는 특수도료사업으로 출발해 전자재료,디스플레이 부품사업까지 확장한 회사다. 시총은 이날 마감가(7010원) 기준으로 2097억원에 달한다. 주요 증권사들이 긍정적인 보고서를 꾸준히 낼 정도로 관심을 받던 기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당혹스럽다"며 "코스닥 기업의 회계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