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소와 돼지가 저렇게 많이 죽어나가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안동은 이름 그대로 조용하고 안전한 양반마을이었는데 구제역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해졌어요. "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시 와룡면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1주일째인 5일 오후 2시 서안동 IC입구.차량 소독작업을 하던 경북도청의 최혁준 계장은 "평화롭던 안동이 날벼락을 맞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태수 전국한우협회 안동시지부장은 "구제역이 장기화되면서 안동 소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추가 발생 잇달아

안동지역에선 이날 구제역 5건이 새로 확정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외출과 여행 자제 탓인지 마을에는 오가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와룡리 인근에 사는 정대봉씨(66)는 "주민들이 이웃 농가를 방문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며 "안동 전체가 구제역 때문에 극도로 위축됐다"고 말했다.

안동 일대는 주민들의 말대로 완전 통제됐다. 안동시청 정문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57개 통제초소가 설치됐다.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기 위해 공무원과 군장병,공공근로자 등이 총동원됐다. 전국수의사협회 회원 20여명과 시민 438명도 살처분 지원과 매몰작업, 방역초소 근무를 자청하는 등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안동시청은 이날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기 위해 굴착기와 덤프트럭 지게차 등 장비 376대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안동시는 살처분과 매몰대상 우제류(발굽이 두 개인 동물) 5만7598마리 중 4만4751마리에 대한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안동시 경제위축 심각

구제역으로 안동 한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한우가격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김태수 지부장은 "살처분한 가축을 현재 시세로 보상해준다지만 시세가 크게 하락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지역 축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는 지역 관광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안동의 대표적 관광지인 하회마을은 평일에 1400여명이 찾았지만 구제역 발생 후에는 방문객이 500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을 봉쇄하면 겨우내 찾아오는 관광객이 아예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회마을 인근 풍산장터에 있는 음식점 '황소곳간' 송재성 사장은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1700명 안팎의 손님이 안동한우를 맛보기 위해 줄을 길게 섰는데 오늘 점심 때는 손님이 10명밖에 없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안동=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