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급한 IFRS 이용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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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회계기준 모르는 사람 많아…투자자가 알아야 기업 옥석 가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 이미 110개국이 국제회계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면 도입한 국가는 유럽연합(EU)이나 호주 등을 제외하고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이 아직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중국도 2007년부터 도입했다고는 하나 부분적으로만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인도와 더불어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하는 등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우리가 이렇게 앞장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매우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상까지 감수하고 있다.
그동안 상장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투자했다. 감독당국 역시 원칙 중심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의 공시제도를 바로 세우고 감독제도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투명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들이 투명해지려면 두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하나는 회계기준이나 회계감사,감독제도와 같은 회계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은행 등 채권자나 주식투자자들과 같은 회계정보 이용자의 전문성과 관심이다.
우리는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이라는 과감하고도 획기적인 선택을 했다. 여전히 우리가 자신이 없는 것은 바로 이용자들이 얼마나 회계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정보 분석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과 감독당국은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하고 토론회나 심포지엄도 열어가며 대비책을 준비해왔다.
이에 비해 이용자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금융기관에서 과거와 달리 재무정보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금융기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회계나 재무정보의 활용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회계기준이 변화되면 결산수치가 바뀌게 돼 부채비율은 물론 자산이나 이익도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기업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기업의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는 단순히 회계수치만 변한 것인지,아니면 기업의 본질가치가 달라진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라 여신기준이나 투자결정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재평가를 허용하는 국제회계기준으로 바뀔 때,기업이 재평가를 해서 자산이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준다고 해서 기업의 본질가치가 증가하거나 위험성이 감소하는 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회계기준이 바뀌면 평가기준도 바뀌어야 하는데,이용자들이 이전과 동일한 잣대로 여신이나 투자결정을 내린다면 기업들은 재평가를 해서 이용자를 눈속임하려 할 것이다. 회계선진국이 되려면 이제부터라도 이용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이 국제회계기준에 과감한 투자를 앞당겨야 할 때다.
기업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유리한 정보는 주석에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만 차입금명세서 등과 같이 불리한 것은 공시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앞으로는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시는 시장의 투명성 평가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 재무정보 공시를 이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만 채택한다고 회계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지홍 < 연세대 경영학 교수 / 한국회계학회장 >
우리가 이렇게 앞장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매우 낮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상까지 감수하고 있다.
그동안 상장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투자했다. 감독당국 역시 원칙 중심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의 공시제도를 바로 세우고 감독제도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투명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들이 투명해지려면 두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하나는 회계기준이나 회계감사,감독제도와 같은 회계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야 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은행 등 채권자나 주식투자자들과 같은 회계정보 이용자의 전문성과 관심이다.
우리는 회계제도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이라는 과감하고도 획기적인 선택을 했다. 여전히 우리가 자신이 없는 것은 바로 이용자들이 얼마나 회계정보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정보 분석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과 감독당국은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하고 토론회나 심포지엄도 열어가며 대비책을 준비해왔다.
이에 비해 이용자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금융기관에서 과거와 달리 재무정보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금융기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회계나 재무정보의 활용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회계기준이 변화되면 결산수치가 바뀌게 돼 부채비율은 물론 자산이나 이익도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기업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기업의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는 단순히 회계수치만 변한 것인지,아니면 기업의 본질가치가 달라진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그에 따라 여신기준이나 투자결정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재평가를 허용하는 국제회계기준으로 바뀔 때,기업이 재평가를 해서 자산이 늘어나고 부채비율이 준다고 해서 기업의 본질가치가 증가하거나 위험성이 감소하는 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회계기준이 바뀌면 평가기준도 바뀌어야 하는데,이용자들이 이전과 동일한 잣대로 여신이나 투자결정을 내린다면 기업들은 재평가를 해서 이용자를 눈속임하려 할 것이다. 회계선진국이 되려면 이제부터라도 이용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이 국제회계기준에 과감한 투자를 앞당겨야 할 때다.
기업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유리한 정보는 주석에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만 차입금명세서 등과 같이 불리한 것은 공시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앞으로는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시는 시장의 투명성 평가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 재무정보 공시를 이용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만 채택한다고 회계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지홍 < 연세대 경영학 교수 / 한국회계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