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美 히트 치려면…"더빙하고 해피엔딩으로"
"'쿵푸팬더'가 빅히트한 이유는 누구도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제 스스로 이 작품에 만족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었더라면 실패했을 거예요. 저와 스태프들은 쿵푸를 사랑하고 존경했으며 무술영화 전통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쿵푸를 패러디하려던 원안을 정통 무술영화로 바꿨습니다. "

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 기록(460만명)을 세운 '쿵푸팬더'의 존 스티븐슨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스토리텔링 강좌 참석차 내한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 자란 그는 12세 때부터 쿵푸에 빠졌다고 한다. 이소룡이 출연했거나 서극 감독이 연출한 무술영화에 매료돼 합기도를 배우기도 했다.

"'쿵푸팬더'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쿵푸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했습니다. 운동과 거리가 먼 그들을 만신창이가 되도록 훈련시켰지요. 스스로 쿵푸를 체득해야 내용에 진정성을 부여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

무술 장면이 볼거리를 제공했다면 캐릭터들의 정서는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사랑 희생 구원 영웅심 등의 인간 본성은 동서양을 뛰어넘어 어디에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인이나 아시아인들이 인간 본성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감정을 느낍니다. 쿵푸와 중국이란 문화적 조건만 다를 뿐이죠.가령 일본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는 일본을 배경으로 했지만 서양인들이 이해하는 데 조금도 어렵지 않았어요. "

익숙한 장르의 틀에 문화적 특수성을 얹었다는 의미다. 한국 영화가 미국에서 대중성을 널리 얻지 못한 이유는 여기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문화적 토양이 독특한 데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스토리는 도전적이며 예술성이 강합니다. 비극적인 결말이 많고요. 그러나 미국 관객들은 해피엔딩을 선호합니다. 스토리도 예측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요. 색다르고 생소한 이야기는 꺼립니다. 한국 영화의 언어 장벽도 문제예요. 외국 영화를 자막으로 보려 하지 않거든요. 중국 무술영화 '와호장룡'이 미국에서 1억달러 이상 번 이유도 영어로 더빙한 게 주효했어요. "

드림웍스가 전 애니메이션을 3D로 만들 계획을 밝힌 것을 비롯,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이 3D로 재편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신도 '아바타'의 록버전이라 할 수 있는 '에일리언 록밴드'와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로튼 아일랜드' 등 3D애니메이션을 차기작으로 개발 중이라고 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