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격으로 피난 나와 찜질방 인스파월드에서 9일째를 보낸 연평도 주민들이 2일 수면장애 등 심리적 불안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인천시가 생계비 지원을 해 줄 경우 시가 제안한 인천 시내 다가구 주택과 경기 김포 미분양 아파트에서 임시 거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생계비까지 지원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혀 이견을 보였다.

◆…인스파월드 찜질방에 파견나온 인천재난심리지원센터의 한 상담사는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몰라 충격이 덜한 편이고 젊은 청년들은 군복무 경험으로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과 부녀자들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주민 상당수가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며 "안정된 집보다 어수선한 찜질방 분위기에 오래 노출된 이유도 크지만 포격 공포가 아직도 뇌리에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평도 서부리에 거주한다는 문병부씨(75)는 "한 · 미훈련이 끝나 이제 우리 군만 훈련하게 될텐데 북한이 또 포격하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지금 상황으로선 연평도에 들어가기 무섭다"고 말했다.

문씨는 "연평도에 다녀온 사람이 밭에 심은 배추가 다 얼어 못쓰게 됐다고 했다"며 "연평도에 가봐야 이제 할 일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젊은 부인은 "미국 항공모함이 있을 때는 든든했는데 철수했다니 긴장된다"며 "어린 아이가 둘이어서 지금 들어가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임시 거주기간의 식비와 공과금,최저임금 지급을 인천시가 보장해 주면 인천 시내 다가구주택(400가구) 또는 김포시 미분양 아파트(155가구)로 이주하는 것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시 관계자와 지난 1일 밤 1인당 하루 식비 3만원과 공과금(50만원) 지급에 대해 합의를 했다"면서 "최저임금에 준하는 생계비 지급(100만원)만 합의가 되면 시가 제시한 임시거주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75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의 투표로 최종 이주 지역을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