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은행이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기로 결정,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외환은행 문제가 일단락되는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했다. 뇌물과 관련한 부적절한 자금 흐름,주가 조작,헐값 매각 논란,부실은행 지정과 관련한 잡음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들 이슈들은 대부분 무죄로 판명돼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외환은행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부실 대출은 증가했고 기존 주주인 수출입은행이나 코메르츠 은행은 추가 증자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업을 사들일 때 인수 기업은 보통 기존에 발행된 주식, 곧 구주를 원래 주주로부터 사들여서 지분을 취득한다. 그런데 구주를 인수하면서 내는 돈은 원래 주주에게 갈 뿐 회사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고 주주가 이를 매입할 경우 이 돈은 회사로 유입된다. 이 부분이 구주냐 신주냐의 차이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투자한 2조1500억여원 중 절반 정도인 1조750억원은 외환은행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자금이었다. 즉 기존 주주들이 외환은행에 대한 자금 추가 투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론스타는 1조원 이상의 '뉴 머니(new money)'를 외환은행에 투입한 것이다. 이 '뉴 머니'의 투입이 외환은행의 1등급(tier 1) 자기자본을 증가시키면서 건전성을 제고시켰고 궁극적으로 어려움을 벗어나 우량한 은행으로 탈바꿈시킨 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당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론스타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선택한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 적정한 보상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최근 일부에서는 하나은행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준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론스타가 '뉴머니'를 집어넣어 외환은행의 정상화에 기여한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 더구나 론스타가 여러 가지 소송 등으로 인해 출구전략에 차질을 빚었던 시기에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들렸고 특히 유럽 언론들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적이 많았다. 국제시장에서 자금 조달,투자 유치는 물론 신용등급도 부여받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평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제 론스타가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투자의 대미를 장식하는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대한 평판은 상당히 긍정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주식 매수는 론스타의 출구전략과 맞물려서 우리 시장에 대한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 관리전략'이 되는 셈이다.

하나은행은 '한국의 HSBC 은행'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나,서울,보람,충청이 합쳐졌는데 하나의 H,서울의 S,보람의 B,충청의 C를 나열하면 HSBC가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은행은 인수 · 합병(M&A)과 그 이후 통합 과정, 즉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잘 마무리한 경험이 풍부하다. M&A가 결혼식이라면 PMI 과정은 결혼생활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이면서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의 브랜드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과 두 은행의 업무영역이 별로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 체제가 상당 기간 유지되면서 PMI도 매우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수에 따른 갈등은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의 출구전략이 하나지주의 확장전략으로 조화롭게 연결되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한지붕 두가족' 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됨으로써 우리 시장이 한층 성숙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