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 보고캐피탈 대표, "장기투자 사모펀드 육성하겠다"
"사모펀드(PEF)는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발전해왔습니다. 앞으로 장기투자를 염두에 둔 사모펀드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박병무 보고캐피탈어드바이저 공동대표는 2일 서울시 여의도동 한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소감과 함께 국내 사모펀드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고캐피탈은 한국형 토종펀드인 '보고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동양생명의 주식 60%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우리금융지주의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보고캐피탈은 박 대표 외에도 변양호, 이재우, 신재하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 대표는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모펀드는 으례 풋옵션(주식을 팔수 있는 권리)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모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을 이어받고 이후 가치를 높인 후 빠져나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며 "이 같은 과정은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국내에는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보니 이러한 오해(풋옵션을 반드시 설정한다)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단기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는 이유로는 운용사(GP)와 출자자(LP)의 문제를 꼽았다. 국내 GP들 대부분이 독립적인 경우가 드물고 기관에 종속되어 있는데다, LP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경우들이 다수라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모펀드도 인수한 기업의 내재가치 보다는 빨리 수익을 추구하려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박 대표는 보고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을 비롯해 비씨카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아이리버(전 레인콤)와 노비타, 스위스론 등에도 투자했다.

그는 "보고펀드는 2005년 설립 이후 1조700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며, 대부분의 회사들은 기초적인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동양생명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윈-윈하는 모델로 가고 있고, 비씨카드는 KT와 지분경쟁 구도로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리버에 대해서는 "현재 제품의 라인업 조정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회사의 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회사의 핵심적인 가치는 살아있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 경쟁력을 살린 제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박 대표는 내년에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채 설립하는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자금규모와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국내외 자금을 끌어들어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대주주였던 뉴브리지캐피털(현 TPG 아시아펀드)의 한국 대표를 역임했다.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와 하나로텔레콤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했다. 최근까지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공동대표를 지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