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영업의 대명사인 대부업체들이 올해 최고금리 인하에도 아랑곳없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업계 자산순위 1위인 러시앤캐시는 대출잔액이 작년 9월말 1조1천182억원에서 올해 9월말 1조3천800억원으로 23.4%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9월말 결산 기준 1천194억원을 기록했으나 올해에는 1천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앤캐시는 상반기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한동안 영업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빠른 성장세가 꺾이지는 않았다.

자산순위 2위인 산와머니는 대출잔액이 작년말 7천109억원에서 올해 9월말 현재 1조30억원으로 1조원을 첫 돌파했다.

지난해 1천316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토종자본 가운데 자산순위 1위인 웰컴크레디트라인은 대출잔액이 작년말 2천185억원에서 올해 9월말 현재 4천190억원으로 91.8%나 급증했다.

지난해 104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15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드코프 역시 작년말 1천361억원이었던 대출잔액이 9월말 현재 1천870억원으로 37.3%가 증가했다.

작년 14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부업체들의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지난 7월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49%에서 44%로 인하하고 서민전용 대출상품 `햇살론'을 출시한 이후 대부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 승인율이 20%대에 머무는 등 소액 신용대출에 대한 서민들의 절대적 수요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서민의 소득이 늘어 대부업 채무를 갚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대부업 이용자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햇살론이 출시됐으나 대출 규모가 크지 않아 대부업체를 대체할 수준은 못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7월 금리 인하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5%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는 최근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30%로 내리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소형 업체들은 최고금리 인하로 한계선상에 봉착해 있다"며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중소형 업체들의 도산은 물론 대부업이 음성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