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꺼내든 '6자회담' 카드가 하루 만에 용도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한국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의 우방인 북한까지도 6자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당사국인 러시아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미국 완곡한 반대 표명

미국은 지난 28일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 일본을 포함한 6자회담 관련국과 협의하겠다면서 북한의 도발 중단 등 행동 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우리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 향후 진로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중요한 첫 번째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중국의 제안에 사실상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확보하고 담보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냉랭

일본 역시 6자회담에 대해 냉랭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인데 각국 대표들을 모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외무성 관계자는 "북한의 포격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6자회담을 열자는 것은 좀 무리"라며 "6자회담은 북한의 핵과 일본인 납치문제 등을 협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오후 야당 당수들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은) 미국 한국과 공조하면서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의 부정적 견해와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6자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의 한 고위 관리는 "(6자가 아니라) 교착상태에 대해 책임 있는 국가들 간에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전히 북 · 미 간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의 또 다른 당사국인 러시아는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는 6자회담 개최를 지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6자회담 불투명

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의 6자회담 제안이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한국의 촉구에도 중국은 지금까지 동맹국인 북한을 비난하기를 거부해와 한국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 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를 협상으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일본이 6자협상 테이블로 되돌아갈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마르코 비센지노는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의 조용한 밀실 외교가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김태완 기자/워싱턴=김홍열/도쿄=차병석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