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5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면 터키가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일간지 하레츠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을 방문 중인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이스라엘은 첨단 전투기와 탱크로 레바논을 침공해 여성과 어린이들을 살해하고 학교와 병원을 파괴하는데도 우리가 침묵만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느냐"고 연설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백린탄과 집속탄으로 어린이들을 살해하면서도 우리가 침묵만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느냐"면서 "우리는 침묵에 빠져 있지 않을 것이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 국가 중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으나 재작년 12월 이스라엘의 기습 침공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올해 5월 가자지구행 국제구호선을 공격, 터키인 승선자 9명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 뒤 터키는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르도안 총리는 최근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핵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에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알려졌으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