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철강 화학 기계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내 9개 업종의 매출이 연간 기준으로 최대 12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5일 입수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출권거래제의 경제적 파급 효과'보고서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돼 이산화탄소 가격이 t당 4만5000원 정도에 형성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9개 업종의 매출은 연간 11조9878억원 감소한다. 2007년 기준 이들 업종 매출의 1.25%에 해당한다. t당 4만5000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 업종을 작성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철강제품을 비롯한 1차금속 업종은 매출이 연간 7조7700억원(매출의 4.27%)이나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일반기계(1조1811억원)와 금속제품(9515억원)도 연간 1조원 안팎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배출권거래제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정부가 지난 17일 관련 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부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2만5000t 이상인 기업이 법 적용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2012년 시행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 기업 470개(현재 기준) 전체가 배출권 거래제를 동시에 적용받게 된다. 이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60% 이상에 달한다.

재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올해 초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도입 해놓고 갑자기 배출권거래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들고 나온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깨는 행위라는 것이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연구원장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2012년 시행한 뒤 그 효과를 봐가며 도입해도 늦지 않다"며 "EU를 빼면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나라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예고를 주도한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는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함께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정부가 정한 '2020년 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배출권거래제 같은 경제적으로 실효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식경제부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의 성과를 봐가며 서서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경부는 녹색위가 충분한 협의없이 갑자기 입법예고를 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주용석/최진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업별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받고 할당량 이상으로 배출했을 때 배출 권리를 배출권 거래소에서 사야 한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적으면 절약분만큼을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