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남북한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화에 나서라"며 당사국 간 해결을 강조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중국 정부는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견지할 것과 최대한 빨리 대화와 접촉을 가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초기의 '남한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포격'에서 '남북간 교전'으로 바꿔 표현하면서 제3자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언론들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 23일엔 일제히 북한이 연평도에 대포를 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한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해 대응조치로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 뒤 '남북한 교전'으로 기사 내용과 제목이 일제히 바뀌었다. 신화통신은 이날 '한반도 긴장 고조 이후 자제가 요구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비록 한국이 군사적 도발이라며 북한을 비난하고 있지만 여전히 누가 포격을 시작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한국과 북한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을 했다고 주장한다'고 뽑았다. "서해안 충돌은 남북한 간에 발생한 국지전으로,일종의 내전"(쑨저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중미관계연구중심 주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지역분쟁으로 몰아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중국은 천안함 침몰사건 때도 일종의 내전이고 사건의 원인도 불명확해 어떤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며 "소극적 대응을 통해 어떤 대북 제재도 쉽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 결국 북한을 지원하는 전략을 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에 이어 또다시 사고를 친 북한을 뒤로 숨겨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키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북한의 후견국이지만 북한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외교적인 부담이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 북한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되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중국의 입장이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