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스크가 또 한국 경제에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북핵 위기감을 조장한데 이어 23일에는 사실상 연평도를 겨냥해 해안포를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지수를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황 파악에 주력하면서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전에는 북한 핵실험이나 천안함 사건 등 북한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단기간에 걸쳐 제한적이고 미미했다.

다만 사실상 연평도를 겨냥한 이번 포격은 종전의 북한발 악재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갖는데다 향후 상황 전개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리스크' 이번에도 무난히 흡수할까
이날 북한이 연평도에 해안포를 발사했다는 소식에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날보다 6.20포인트(2.44%) 급락하고 역외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장중에 보합권을 유지하던 국채 선물 역시 북한의 포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 전날보다 24틱 하락한 112.05로 마감했다.

하지만 과거 북한발(發) 리스크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의 숱한 북한의 도발로 내성과 체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당시에도 우리의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5월25일 오전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으나 오후들어 안정을 회복했고 우리나라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히려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도 사태 이후 첫 개장일인 6일 주가는 오히려 14포인트 오르고 환율은 31원 하락하는 등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2006년 10월9일 북한 핵실험 때도 주가가 33포인트 하락했지만 다음날인 10일에는 9포인트 반등한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환율은 핵실험 당일 15원 급등했지만 이튿날에는 4원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회복했었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에는 주가는 오히려 5.4포인트 상승한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환율은 당일 16원이 올랐으나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상 기존의 해상 충돌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시위와는 다른 차원의 도발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부처 긴박한 움직임..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개최
더욱이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6%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내년도 5% 성장을 엿보는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향후 상황이 악화되면 외국인 투자나 국가신용등급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적이 2003년 2월에 있었는데 당시 무디스는 2차 북핵 위기로 긴장감이 고조되자 신용등급 전망을 두 계단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미 북한 리스크는 한국경제에 '상수'가 돼왔고 과거 북한 핵실험이 두 차례 있었어도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연평도 상황이 장기화되거나 악화되지 않을 경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 상황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속속 전해지고 있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관련 리스크는 외화 차입 유동성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태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태 추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6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소집, 시장 점검에 들어갔다.

경제부처는 24일 오전 7시30분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지식경제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연다.

정부는 임종룡 차관이 총괄대책팀장을 맡고 금융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등은 소관부처 1급이 분야별 팀장을 맡는 비상대책팀도 운영할 방침이다.

비상대책팀은 국제금융시장과 국내금융시장, 수출시장, 원자재확보, 생필품 가격 안정 등 5개 분야로 구성해 부문별로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용평가사와 해외투자자의 반응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컨퍼런스 콜이나 정책메일링 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 정부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설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김용래 기자 prince@yna.co.kr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