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연평도를 직접 포격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포를 쏜 북한 측 지점을 초토화시켜야 한다","많은 민간인이 다친 만큼 보복을 해야 한다"며 격분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강남역 등지에서는 이날 오후 3시께 뉴스속보로 북한의 포격도발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TV 앞에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연평도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나오자 "전쟁이 난 것 아니냐","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을 수도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오후 4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뉴스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해주느라 바빴다. 한 40대 여성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해 "전쟁이 터진 것 같다"고 긴박하게 전하기도 했다.

TV를 보던 김무응씨(68 · 서울 보문동)는 격앙된 어조로 "북한의 소행이 괘씸하기 때문에 당장 보복을 해 똑같이 초토화시켜야 하고 앞으로 저놈들에게 아무 것도 주면 안된다"고 흥분했다. 서울로 출장왔다 부산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 소식을 접한 회사원 노원종씨(29)는 "결혼을 앞두고 이런 일이 터져 심란하다"며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시은씨(22 · 여)는 "너무 무섭고 연평도에 사는 사람들이 안전한지 걱정된다"며 "정말 전쟁이 날지도 몰라 학교 수업에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서울역을 오가는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송 뉴스를 지켜봤다. 서울 남현동에 사는 주부 윤은자씨(58)는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개최하고 잘 사니까 북한이 샘이 나서 그런 것 같다"며 "매번 당하기만 하니까 북한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단호한 우리 입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슷한 시간 강남역에서는 상황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 일대에 설치돼 있는 미디어폴에 뉴스가 뜨지 않은 탓이었다. 직장인 유성민씨(45)는 미디어폴을 가리키며 "큰 일이 나면 다양한 경로로 국가가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안보의식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남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대학생 최유진씨(21)는 "트위터로 방금 소식을 들었다"며 "설마 전쟁까지 나겠나 싶지만 무서워 일찍 집에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황효정씨(50)는 "라디오로 뉴스를 듣고 차를 세운 뒤 내비게이션 TV를 보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아버지께 전화드려 만약에 대비해 방송을 계속 듣고 계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도 일손을 놓고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과천정부청사 공무원들은 삼삼오오 사무실 TV앞에 모여 연평도 피격 뉴스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봤다.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이번엔 정말로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고 강도도 세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섬에 민간인들도 있는데 한 시간씩이나 포탄을 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에는 우리 측도 강력하게 대응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 공무원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 세종로청사의 한 공무원은 "모든 약속과 일정을 취소하고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도발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충무로의 한 대기업 사무실에는 오후 3시30분께 택배기사가 들어와 북한의 도발 소식을 알리자 직원들이 저마다 깜짝 놀라며 인터넷뉴스를 검색하느라 분주해졌다. 동료들끼리 메신저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젊은 남자 직원들은 예비군 동원령이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TV를 보고 북한의 포격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은행원 김필승씨(39)는 "군인들끼리 총 쏘는 것은 봤어도 이렇게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진 적은 처음 본다"며 "전쟁이 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훈씨(31)는 "최근 핵 문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한반도에 위기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무력도발을 일으킨 것 같다"며 "일단 민간인 피해가 많지 않았으면 한다"고 연평도 주민의 안전을 걱정했다.

◆…해병대원들이 사망하고 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한의 행태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컸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김기성씨(56)는 "북한의 소행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천안함 사태가 잠잠해지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무슨 속셈으로 이런 일을 꾸미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북한을 성토했다.

자영업자인 김신호씨(59)는 "북한은 위기 때마다 무력도발로 돌파구를 찾아왔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과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이 극단적인 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진석/이고운/이현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