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사령부는 연평도 포사격에 대해 우리 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23일 오후 7시 조선중앙통신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에 관한 '보도'를 통해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 영해에 포사격을 가했다"며 "우리 혁명무력은 괴뢰들의 군사적 도발에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취했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우리 군의 포 사격 훈련이 북쪽을 향하지 않았는데도 북한이 이 같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이번 해안포 도발이 고도로 의도된 공격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의 배경이 김정은 후계체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날 "북한이 최근 우라늄이라는 카드를 꺼내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규모 도발을 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군의 통제력 강화 차원에서 대단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천안함 폭침과 같은 유형의 사건인 것 같다"며 "무차별 폭격을 가한 주체는 북한의 군부이며 그 배후에는 김정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의 군부가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고,김정은 역시 군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9월 당대표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군부 내 2인자로 등극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동안 군 경력이 없어 군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무 국방연구원 군사연구실장은 "6자회담 중단과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북한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긴장을 불러옴으로써 북 · 미 간 직접 대화를 이끌어내 향후 북핵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고도의 계산된 도발이라는 진단이다. 김 실장은 "28세의 후계자 김정은이 북한 군부 내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무력도발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북 소식통은 "서해지역을 관장하는 김격식 4군단장(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상장)이 이번 공격을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격식은 1991년부터 10년간 인민군 정찰국장을 지낸 김대식의 사촌 형으로,1997년 북한군 65주년 열병식에서는 열병부대 총지휘관을 맡았다. 그는 2009년 4군단장으로 부임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남조선에 본때를 보여줘라.잘하고 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지난해 대남 · 해외 공작업무를 하는 노동당 35호실과 작전부,인민무력부의 정찰국을 합쳐 만든 조직의 총책이다. 김영철은 북한 군부의 대남 강경파로 2008년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하면서 군사분계선 출입을 제한하는 12 · 1 조치를 통해 몽니를 부렸다. 당과 군부의 침투공작 조직을 거머쥔 김영철이 김정은 후계자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폭격을 진행했다는 분석이 있다.

일각에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임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만을 품은 군 내부의 소행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진모/장성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