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핵 전문가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과 관련,안보 및 핵공학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농축 기술을 이미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2002년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있다고 미국에 통보한 데 이어 작년 9월에는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 단계에 들어섰다"고 공언한 점을 미뤄보면 고농축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농축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설비가 제대로 갖춰졌다면 고농축우라늄을 속성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고,우라늄탄을 개발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북한에 원심분리기가 수십개나 100개 정도 있을 것으로 봤는데 2000개가 사실이라면 예상보다 진척된 것"이라며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만들 수 있다면 수천개,수만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라늄 탄은 고농축우라늄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폭발시키는 고폭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통상 우라늄탄 1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고농축우라늄은 20㎏ 정도다. 신형 원심분리기 2000대를 완전 가동할 경우 6개월이면 뽑아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2000개를 풀 가동하면 1년에 2개의 우라늄 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약 40㎏)만으로도 6~8기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핵무기 개발 시기와 관련,국방연구원의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김정은 승계 구도와 맞물려 있는데 승계 구도에 유리한지,불리한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승계 구도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진모 기자 comeon@hankyung.com